출판에이전시 <서정콘텐츠그룹> 김준호(48)대표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인 김영하의 소설은 미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일본, 중국 등 10여 개국에서 읽히고 있고, 조경란의 소설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6개에서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미국에서만 1만부 정도가 팔렸다. 이들이 해외 출판사와 정식 출간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한 전문 에이전트가 앞장서 주도하고 출판사와 작가가 힘을 합해 공동대응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벌이 없어? 장애인이야? 괜찮아요, 당신이 곧 콘텐츠거든요
김 대표는 최근 ‘당신이 곧 콘텐츠입니다’를 모토로 국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내자는 1인1책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김 대표에게 장애인 저자도 예외는 아니다. 청각장애인인 노선영 작가와 함께 책을 기획 출판했다. 1인1책은 노선영 작가와 출판기념회 <노선영쇼>를 주최하기도 했다. 또한 1인1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책을 낸 바 있는 1급 장애인인 고정욱 작가의 출판에이전트를 맡아 올해 가을쯤 기획 동화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인 음악평론가 양일용 저자와 <아빠 음악이 뭐예요>를 출간 준비 중이고, 최근 <스타킹>과 <열림음악회>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 휠체어 댄서 김용우 장애인과 출판을 기획중이다.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정착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김 대표는 학창시절, 딱 중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평범했던 아이였다고 한다. 공부를 눈에 띄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는 쪽으로 활발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그는 다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지만 속으로는 존재감에 대한 인정욕구는 강했던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표출할 수 있는 환경과 장소가 마땅치 않았어요.”
그의 인생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준 건 누나였다.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3살 터울의 누나각 대학에 가서 학보를 만들었다고 보여주었다. 그는 누나 이름의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도 이런 걸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기자의 꿈을 갖게 됐다. “일단 구체적으로 대학교 들어가면 나도 기자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대학 입학 후 바로 학보사에 들어갔다. 그가 대학 입학하던 88년에는 한창 학생 시위가 활발했다. 대학 학보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분출하는 통로가 되었다. 학생 편집장의 자율권이 온전히 보장됐던 때였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를 등에 업고 정부 비판적인 기사를 일필휘지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평범했던 아이가 특별한 ‘나’로 기자 일을 하면서 행복했다. 엄청 열심히 활동했다. 학교 졸업해서도 계속 기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문화신문’이라는 전문지에 입사했다. 주로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취재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토익 토플 열풍이 강했다. 그는 그런 학습 열풍이 정작 공부에는 관심을 떨어뜨리고 오로지 점수 따기에만 학생들을 변질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획 기사를 작성하려고 당시 토익의 전문가였던 임규열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 분에게 연락해서 대학생 영어 열풍의 문제점을 취재하려고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마침 자기가 영어의 대가들을 인터뷰해서 책을 내려고 했는데 당신이 그 일을 맡아 보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어요.” 그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렇게 쓴 책이 ‘영어에 성공한 사람 17인이 털어 놓는 영어 학습법’이다. 이 책은 토익 점수 따기 공부의 허구성을 넘어 진정으로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다. 28살 때 처음으로 발간하게 된 책이다. “영어 학습의 대가들을 만나서 공부법을 탐색해 보니까 영어 학습이라는 것도 정도가 있고 꾸준히 하면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더불어 토익 공부는 막상 영어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내용이었죠.” 참신한 내용으로 인해 토익 공부에 찌들어 있던 학생들에게 환영받았다. 이 책은 당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책의 성공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케이블 방송으로부터 인터뷰 요청도 받고 약간의 유명세를 타게 됐다. 유명 언론매체에서 칼럼 요청도 받고. 인쇄도 월급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6개월간 받기도 했다.
당시 한국고교신문 편집장으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고 갔다. 그때가 30대 초반이었다. 한국고교신문은 국내의 중등 교육과 관련된 정책, 정보 등을 다루는 신문이었다. 한국고교신문에 종사하면서 책을 발간하고 싶어 하는 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책을 발간한 경험도 있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서 출판사를 섭외해 주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출판에이전트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출판에이전트와 출판 기획을 하면서 동시에 컨텐츠 생산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책 쓰기 붐을 타고 책 쓰기 코칭도 하고 있다. 그는 10년 동안 국내의 저자를 발굴해서 책 발간을 도와주는 에이전트 일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에이전트 시스템이라는 건 국내 출판계에서 많이 낯선 분야였다. 거의 가내 수공업 형태로 책을 만들어내는 국내 출판계 풍토에서 에이전트라는 분업화된 중간자는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기획? 기획을 왜 외부에서 비용을 지불해서 하지?’하는 분위기였다. 처음 그런 풍토를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정말 좋은 저자를 출판사에 연계를 시켜주었는데도 ‘당신이 한 일이 뭐야’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작가를 섭외해주어서 일이 성사되어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수수료를 전혀 지불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200여권 정도의 책을 기획했는데, 출판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척박한 국내 에이전트 여건에서 이 정도 했다고 하면 놀랍니다. 출판에이전트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지금은 거의 문을 닫았어요. 현재 있는 출판에이전트는 주로 해외 도서를 수입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지요. 국내 저자를 발굴해서 출간하는 분야는 제가 개척한 셈입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는 보물상자
한 7년 전 쯤에 중소기업에 다니던 어떤 사람이 원고를 하나 가지고 왔다. ‘CEO에게 침을 뱉어라’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단 원고였다. 그는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심윤섭이라는 이름의 작가 지망생은 그 이후로 같이 일을 하며 책을 6권 집필 출간했다. “처음에 행복한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을 출간할 무렵, 제게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고 말하더군요. 전업 작가와 강사가 돼서 뛰어보겠다는 겁니다.” 심윤섭 작가는 현재 연봉 2억의 스타 작가가 되었다. 기업 대상 강사로 아주 유명하다. “심윤섭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강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스토리가 자꾸 발굴되어야 합니다. 저도 10년 전에 처음 이 일을 했을 때는 그 발굴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몰랐어요. 근데 10년 업을 해오다 보니까 사람 개개인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보물인 것 같더군요. 사람 개개인은 모두 보물 같은 자기만의 콘텐트를 갖고 있는데, 막상 당사자는 그걸 잘 모릅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개개인의 스토리를 보석으로 다듬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킬러콘텐츠를 계발하고 그걸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해 주고 강연 시장으로까지 나가도록. 그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보물을 발굴해 보세요.” [Copyrights ⓒ어린이안전신문 기사제보 & 보도자료 allcsn@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