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새벽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20대 남성이 과거 연인이었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성은 치아가 5개나 무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이트 폭력'은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수만 해도 8천3백여 건에 달한다. 해마다 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이어서 신고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데이트 폭력 양상은 스토킹이나 사이버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망 사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5년 동안 이른바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233명으로 한해 평균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 10명 중 7명은 폭력 등 전과가 있는 걸로 확인됐다. 데이트폭력은 남녀 교제 과정, 이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행복한성문화센터의 배정원 소장으로부터 데이트 폭력의 문제를 들어봤다. 배 소장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일상적 폭력’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피플안전 Q. 데이트폭력의 정의를 내린다면요? 배정원: “데이트폭력이라는 건 데이트라는 행위 안에서. 데이트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하는 거잖아요. 한번이 아니라 계속 내가 만나는 대상과의 관계. 호감을 느끼는 상대라는 거죠. 근데 호감을 느끼는 상대가 여성에게 다소 거칠거나, 나쁜 남자같은 모습을 드러낼 때 그게 폭력인지 아닌지 혼동하는 거에요. 원하지 않는데 자꾸 만나자고 하고, 스토킹하고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강간하고,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데 여태까지 해왔기 때문에 하게 되는 것 등이 모두 데이트폭력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성이라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고, 어떤 사람은 굉장히 둔감한 문제에요. 사람마다 추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꽤 심각한 수준임에도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폭력에 예민한 사람은 남들이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건 폭력이라고 이건 폭력이 아니야라고 도식적으로 단정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잠자리를 하고 싶지 않은데 상대가 하자고 해서 억지로 한다. 그런 것도 폭력인데 여자는 혼란스러운 거에요. 늘 해왔는데, 오늘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그걸 폭력이라고 항의해야 하나? 그래서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데이트폭력이 폭력의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연애를 하던 상대가 나한테 이렇게 하는 것이 좀 거친 호감이냐 아니면 폭력이냐 이걸 판단하는 데 어렵기 때문에 데이트폭력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폭력이라고 느껴지더라도 난 계속 만나고 싶기 때문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명백히 당해도 못하는 거죠.
피플안전 Q. 데이트폭력 피해가 오직 여자만의 문제인가요? 배정원: “물론 여자가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지만, 여자한테 당하는 남자도 많아요. 명동 길거리에서 핸드백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남자가 여자에게 맞는 모습도 봤어요. 데이트폭력이라는 건 이처럼 반드시 여성 문제만은 아니에요. 폭력의 문제에요.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라 언어폭력도 심각해요. 상대 남성을 비하하고, 모멸감을 주고, 분위기를 무섭게 만드는 것도 다 폭력이거든요. 요즘 드라마보면 남녀가 헤어질 때 귀싸대기를 때리거나 물 끼얹는 것은 기본이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사람들은 화가 나면 따귀 때려도 돼. 물을 끼얹어도 돼. 그렇게 생각하게 되죠. 즉 데이트폭력이라는 게 단지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 속의 만연해 있는 이런 폭력들이 사람들을 폭력에 둔감하게 만드는 거에요. 그런 악순환이죠. 예측컨대 데이트폭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에요.” 피플안전 Q. 조심스런 말이긴한데..폭력을 당해본 여성이 폭력을 또 당한다는 것이군요. 배정원: “폭력의 사이클에 들어가면, 나를 사랑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있어요. 제가 청소년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상담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아이를 두고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얘는 남자한테 맞으면서 사귄다고. 그래서 ‘넌 왜 그래?’ 그랬더니, ‘얘는 그게 자기를 사랑하는 걸로 알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사자와 상담을 해봤어요. 아이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기를 던지고 때린 기억밖에 지니고 있지 않았어요. 남자친구가 자기를 툭툭 때리는 건 자기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게 된 원인이죠. ‘자기를 원하니까 때리는 거지 원하지 않으면 때리겠느냐‘고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엄마가 맞는 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또 맞아요. 아버지가 너무 가부장적이거나, 주변에서 그런 걸 보고 자란 애들은 남자가 그러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자기가 잘못해서 맞을만 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 여성의 경우는 어서 빨리 치료단계에 들어가야 해요. 무엇보다 엄마가 아버지한테 존중받는 걸 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를 존중하지 않아요. 제가 아는 여성이 있는데 자녀가 여성만 3명이이에요. 근데 아버지가 그렇게 어머니를 때리고 돈도 안 벌었어요. 자녀들은 모두 집을 나갔죠. 나중에 아버지가 죽고 나서 자녀와 함께 살았는데, 자녀들이 어머니를 존중하지 않아요. 엄마가 존중받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가정 폭력이 폭력을 되물림하는 거에요. 피플안전 Q. 데이트폭력을 당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배정원: “여성입장에서는 상대에게서 폭력적인 행태가 보이면 단호하게 잘라야 해요. 다만, 그게 쉽지 않는 거죠.? 여성 입장에서도 무섭지요. 그럴 때는 법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법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는 않죠. 내가 아는 친구도 한 20년을 스토킹을 당한 친구가 있어요. 결혼해서도 계속 전화하고. 애들이 컸는데 학교 앞까지 찾아가고. 근데 그 사람이 애를 납치하거나, 때렸다거나 한 게 아니니까 경찰이 도와주지 않아요. 근데 그 친구가 아는 강력계 형사가 있었는데, 그 형사가 도와주었어요. 그 경찰이 스토커에게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내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이런 법에 접촉된다. 지금은 당신이 물리적 폭력이 가하지 않으니 주시만 하지만, 만약 피해자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조치를 취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사라졌어요. 20년 스토킹이 그 한 번으로 끝난거죠.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의 영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데이트할 때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면 두 번 다시 보지 말고 헤어지는 게 최선이에요. 어려운 일이지만, 단호해야 해요. 당연히 법에서 보호를 해주어야 해요. 경찰이 데이트폭력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해요. 그리고 그런 사례를 보면 주변에서 그러고 말겠지하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려고 해야 해요. 그런 애(폭력 남성)가 나타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됩니다. 근데 이것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대체로 정도가 경한 경우는 퇴치가 가능한데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사람이면 퇴치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결국 폭력 남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여성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이 더 엄격해져야하겠지만, 그게 완벽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초기에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