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풋볼리그는 가장 위험한 경기의 하나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플라스틱 외피에 탄탄한 헬맷을 쓰고 경기에 임한다. 안전장비가 나온 것은 1939년이다. 이후로 치아, 턱이 부러지거나 코뼈가 내려앉는 등의 부상은 줄었지만, 다른 종류의 부상은 증가된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1959년~1969년과 1971~1975년 풋불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0퍼센트 감소했다. 하지만 사지마비 환자는 3배 이상, 목 골절 탈구를 유발하는 병변은 4배 늘었다. 사망자가 약간 감소할 때 또 다른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사고는 3~4배 늘어난 것인데, 이쯤되면 안전장비를 더 이상 안전장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안전장비를 착용했으니 안전하다는 생각때문에 더 격렬하고 공격적으로 시합을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1990년 중반 미국 몬태나주는 자신들의 주가 한적한 시골 동네기 때문에 크게 위험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고속도로의 속도 제한 표지판을 없애버렸다. 주지사는 곧바로 언론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멍청한 짓이나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교통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 것과는 달리 이상하게 사고율은 절반이나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운전자들이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속도를 줄여 안전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사례를 든 김에 하나 더 들어보자. 1966년 미국 린든존슨 대통령은 새로 제조되는 차량의 안전 기준을 규정한 ‘고속도로 안전법과 교통안전법’에 서명을 했다. 이 법은 안전벨트, 충격방지 계기판, 충격흡수 운전대, 이중 브레이크 시스템, 안전유리 의무화 등 광범위한 안전 조치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카고대학 교수 샘 펠츠먼은 정말 안전효과가 있었는지 그 효과를 분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운전자 사망은 감소했지만 오히려 보행자 사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은 안전장치 때문에 자신이 안전하리라는 생각에 과격하게 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안전장치 개발로 자동차 사고와 사망자의 수는 더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현상이 그 유명한 ‘펠츠먼 효과’이다.
안전하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사고가 발생하는 역설
'펠츠먼 효과'의 이론적 근거는, 인간은 자신이 더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느끼면 그만큼 위험을 더 즐기려는 심리에 기반한다. 즉, 안전한 장비가 갖춰졌으니 이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 조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위험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다. 캐나다 퀸스대학의 심리학자 제럴드 와일드라는 사람이 제안한 개념인데, “인간은 한 분야에서 위험이 낮아지면 다른 분야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시스템이나 조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 변화가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안전한 것이 더 위험하다는 역설이 생긴다.
차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부주의하게 운전한다고 말하면 진지하게 들을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해보자면, 안전성이 낮은 자동차를 탔을 때 더 주의해서 운전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66년의 린든존슨 대통령처럼 현 정부에서도 새로운 안전법을 광범위하게 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는 이제 안전해 질 거야’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할 때 우리는 더 큰 새로운 위험에 놓여지는 것이다. 정부가 광범위한 안전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마음이 들뜨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에 변화가 있더라고 안전의식 교육의 중요성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