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에서 경비 업무를 주로 봤더라도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62년부터 두 곳의 탄광에서 총 26년6개월 근무한 뒤 1989년 퇴직했다. A씨는 대 부분 경비원으로 근무했으나 약 5~6년가량은 갱 안에서 채탄 업무를 했다. 이후 A씨는 81세이던 2016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그 해 8월 사망했다.

유족은 “A씨가 탄광에서 근무할 당시 5~6년간 채탄 업무를 했으니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비록 탄광에서 일했으나 채탄 업무를 한 기간이 비교적 짧고 대부분 경비원으로 근무한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탄광 갱도와 다소 떨어져있는 마을 주민까지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A씨가 채탄보다 경비 업무를 더 오래 했어도 폐암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재판부는 “평균 26.6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갖는 폐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고인의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라며 “A씨가 금연 후 15년이 지나서 폐암이 발병했다고 흡연을 폐암 유발 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