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사능 오염과 싸우는 일본 학교급식 방사능 오염 식품은 돌고 돌아 우리에게 온다 방사능 오염 물질이 호흡으로 축적... 아이들에게 특히 취약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진재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고 4년이 지나려 한다. 원전사고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을 광범위하게 누출시켜 바다와 대기 그리고 대지를 치명적으로 오염시켰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후쿠시마에서 동심원적으로 멀어질수록 방사능 오염 등에 대한 위험도는 낮아지는 대신에,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도 떨어지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000킬로 이상 떨어져 있어서 사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은 1,000킬로라는 동심원의 마력과 4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에 눌려 원전사고 같은 것은 거의 잊은 채 살아 가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증상이 당장 나타나지도 않는 방사능 피폭이라는 공포는 이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뚫고 우리를 엄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동심원의 마력에 역행하여 각성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이 4개 지역에 23기나 되는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부품 위조 등이 발각되어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고 위험 국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은 우리 모두가 실질적으로는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방사능 오염은 일본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품은 지금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한일의 국경을 넘나들며 유통되고 있다. 더 부유한 사람들이 위험성을 이유로 먹지 않는 음식은, 돌고 돌아 안전한 식품을 선택할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70년대부터 반핵, 반원전을 일관되게 외쳐 왔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반원전운동의 상징이 된 원자력공학자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씨가 말했듯이, “원전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약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지방에 원전을 건설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것도 그렇고, 가난으로 인해 저임금 고위험 불안 노동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원전 노동자들의 존재가 불안전한 식품의 새로운 시장이다. 이렇게 약한 곳, 낮은 곳을 찾아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는 유통구조 속에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품들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통구조 속에서 어린이 안전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결코 안전하지도 안심할 수도 없는 곳에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방사능 피폭에 의한 영향은 어른에 비해 세포분열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훨씬 크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다량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 특히 방사성 요소에 피폭된 주민들 중에는 수년 후부터 갑상선암 발병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은 특히 사고 발생 당시 아동이었던 세대에게 다발한 것이 주목되면서 아동들의 방사선 감수성이 어른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 현상은 후쿠시마 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2014년 12월 25일 현재 대상 연령 아동 중 112명이 갑상선 암이거나 암으로 의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일반적으로 아동 갑상선암 발병률은 100만 명 중 1∼3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시장의 이윤추구 욕망을 통제하여 국경을 넘는 오염 식품의 유통을 차단하는 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유통 규제는 엄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최근에는 "과학적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규제를 해제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어머니들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고 불신을 키웠던 것이 바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당장은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변명이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유통 식품이 ‘안전’하다고 해도 확신을 갖고 아이들에게 먹일 수는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속에서 아동들의 학교급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자치체나 보호자들이 벌이고 있는 고투의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사선 피폭에는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이 있다. 외부피폭은 신체 외부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이다. 원전사고로 처음에는 방사성 구름이 대기를 흘러 다니며 오염이 시작되었고, 그 다음에는 지면이나 도로, 벽, 지붕이나 식물 등에 떨어진 방사성물질에서 방사능오염이 일어났다. 이때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1년간의 피폭 한도를 사고 이전 기준치였던 1미리시버트에서 20미리시버트로 변경했다. 이에 후쿠시마 현의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전국적인 규모로 항의가 빗발쳤고 아동 피폭 최소화를 호소했다. 그러자 정부는 2011년 5월에 “1미리시버트를 목표로 하겠다”고 하면서 학교 운동장 등의 토양을 깎아내는 공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때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학교 내에서의 외부 피폭만이었다. 그런데 방사선 피폭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흡, 음식물 섭취 등을 통해 방사성물질이 몸 안에 축적되어 체내에서 피폭을 일으키는 내부피폭이 있다. 외부피폭과의 커다란 차이는 사고지역으로부터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체내의 같은 장소에서 피폭이 일어나 방사선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극소량의 방사성물질이라도 내부피폭 쪽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내부피폭을 피하기 위해서는 방사성물질을 호흡하지 않고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상처에 넣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급식에서는 음식물이나 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한국도 내부피폭에 관한 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식품이나 수돗물의 방사능 측정이 빠르게 진전되었고 그럴수록 방사능 오염의 심각도가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자 2011년 6월에 요코하마 시가 방사능 측정기기를 구입할 때까지 외부기관을 통해 소학교의 급식 식재료를 샘플조사하기 시작하고부터 여러 자치체들이 측정을 개시했다. 그런데 2011년 7월에 후쿠시마 산 소고기에서 잠정 규정치를 훨씬 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었고, 그 가운에 일부가 학교급식에서도 사용된 것이 판명되었다. 이 사건은 식재료를 측정하지 않으면 방사능 오염의 실태를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급식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적극적으로 찾게 되었고, 식품의 산지 표시나 샘플 측정은 동일본을 중심으로 더욱더 확대되었다. 후생노동성은 연간 피폭 한도 1미리시버트에 맞춰 식품 속의 방사성 세슘에 관한 기준치를 일반식품의 경우 1kg 당 100베크렐로 설정했고, 문부과학성도 2011년 말부터 일본 동부 17개현에 대해 5대씩의 학교급식용 식재료 방사선측정기 구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교급식 비용삭감이 전국적으로 진전되고 있고 시민들의 관심도 옅어지고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게 되었다. 방사능오염의 주범인 세슘137은 방사선의 강도가 반으로 주는 데에 30년이나 걸리고 지금도 측정된 식품이 기준치를 넘는 상황이 지속되어 피폭 위험성은 여전한데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위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도 있다.
방사능오염은 워낙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을 가진 문제인 만큼, 학교도 학부모도 처음에는 반발하다가도 결국엔 익숙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관성에 맞서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사능 측정과 결과의 공표를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행정은 의무교육기간만이라도 아이들의 안전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감시와 개선 요구 등이 필수적이다. 이미 ‘생활자와 소비자를 잇는 측정 네트워크’ 등의 민간단체들이 측정을 지속하여 데이터를 모으고 공표를 하여 행정에 압박을 가하는 등, 학교급식의 안전성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원전사고 이전부터 일본에서는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 보고 국가에서도 식육(食育)이라는 표현을 쓰며 보호자와 지역사회, 학교와의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수입품에 의존하지 않고 되도록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유기농법 등을 추진하는 지역의 생산자들이 학교급식에 많이 참여했고, 아이들은 체험학습 등을 하면서 친환경적 농업을 공부하기도 해 왔다. 그런데 원전사고는 아이들과 지역사회(자연), 사람과 대지의 관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식육의 대전제가 되는 학교급식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러한 일본의 학교급식 사정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학교급식을 생각해 볼 때,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광범위한 오염의 가능성은 낮으므로, 수입식품의 규제나 측정을 통한 오염의 배제가 중요하다.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현재 기준치인 ‘1kg 당 100베크렐’은 위험을 감수하자는 기준 수치이지 안전을 증명하는 수치는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우 식품의 방사성 세슘 기준치가 1989년 이후 변화되지 않았다. 그 사이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방사능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안이하게 수입을 재개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 방사능오염 식품의 수출에 대한 철저한 규제를 요구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당국 스스로가 기준치를 내리고 방사선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감시 태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식품용 방사선 측정기가 학교급식에 활용되는 예는 많지 않으며 그 조사방법도 식후의 남은 음식을 모아두었다가 주기적으로 방사선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학교급식 비용 삭감 요구는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기가 교육을 성립시키기 위한 대전제라는 것을 일본의 대재앙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하는 소중한 교훈이어야 할 것이다.
*생활자와 소비자를 잇는 측정 네트워크(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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