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때 아이들을 입양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키운 개그맨 엄용수씨를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이 단체의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개그맨 엄용수는 20여년 전 부모 잃은 아이둘을 입양해 남몰래 돌봤다. 그렇게 키워서 딸 시집도 보냈다. 그렇다고 친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입양한 남매와 친자식들까지 모두 사랑으로 키웠다.
20년 전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예전 시골집에서 세를 살던 집의 아이들이 부모를 잃게 됐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상처받다가 예전에 살던 집이라고 어머니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엄용수는 아이들의 사정이 딱했다.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도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세상을 떴다는 거였다. 그는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마음 붙일 곳 없어 차아온 애들을 내친다는 건 할 수 없었다.
결혼도 안 한 노총각이었을 때다. 엄용수는 “개와 고양이도 한울타리에서 살면 친구가 되는 법인데 하물려 사람의 인연이야 오죽하랴”는 생각이었다.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하늘이 내려준 인연으로 알고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엄용수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선을 갖지 말아달다고 당부했다.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분지어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자칫 그런 선입견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걱정도 된다. 그는 입양이라는 단어도 가급적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부도 처음에는 다 우연으로 시작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인연이 결실을 맺으면 가족이 되듯 모든 만남도 그러한 거 아닌가?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 입양을 찬성한다는 건 아니다. 입양을 하기 전에 필요에 의해서 가족이 되려는 건지 아닌지 수백 번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사랑 없이 맺어진 가족 관계는 사소한 마찰에도 깨어지기 쉽기 때문이란다.
그는 “내 자식도 키우다 보면 힘에 부칠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매일 매일 되물어야 했다. 과연 내가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차별 없이 대하고, 차별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결혼을 한 후에 복잡한 갈등이 생겼다. 처음엔 아내도 남편의 뜻에 동의했지만, 나중에 부부관계가 어긋나고서 부터는 가족 구성원들간 갈등의 씨앗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그래서 엄용수는 “아이를 입양했거나 입양을 고려 중인 사람이라면 부부 관계가 안 좋을 때일수록 더 아이에게 신경을 쓰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잘 커주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있는 아들도 있다. 그는 웃으면서 결혼은 후회해본 적은 있어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일만큼은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내 생활이 외롭지 않고 풍요로울 수 있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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