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터부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봐야함에도 성을 바짓가랑이 속의 문화로 치부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성은 모든 생명의 본능이며, 생명의 천부적 권리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고 성이 상품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병폐의 생산과 사회문제의 근본 ‘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발달로 성에 대한 오용은 더 심해지고 있다. 2015년 대한민국은 성범죄, 청소년임신, 유아유기, 미혼모 등 청소년 성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인식 교육이 필요할 때이다. 이에 건강한 성정체성 교육을 진행하는 서울시립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을 만나봤다.
# 대부분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은 학급활동 시간의 짬을 활용해 지루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 이를 보는 아이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딴 짓을 하거나 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도 뻔하디 뻔한 정자, 난자 이야기 등이다. 보통 보건교사가 담임교사에게 동영상 시청각자료를 주면 담임교사는 해당 시간에 영상을 형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일부 학교는 성교육 시간에 일반 과목 학습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2009년부터 정부는 고교교육과정에 보건이라는 선택 과목을 신설했다. 그러나 전국 5385개 중고교 가운데 5.7%인 360개교만 이 과목을 선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인문계열 고교는 5%에 불과했다. 보건교육포럼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37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교실에서 받는 체계적인 성교육’은 21.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가정통신문 등 인쇄물(15.0%)’로 하거나 ‘강당에서 모여 한꺼번에(12.55%)’ 성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예 ‘성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학생도 무료 16.5%에 달했으며, 성교육 빈도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조금 증가하다가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아래 아하센터)는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고 청소년 스스로 자기 주도·실천적 체험학습을 통해 올바른 성지식을 습득하며 건강한 성정체성을 갖도록 도와주는 교육 공간이다. 비단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부모 등 모든 구성원을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하센터는 성교육과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공간이다. 2001년부터 YMCA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청소년시설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청소년 성교육 전문 특화시설이다. 인간을 존중하게 하는 교육이 진정한 성교육이다
“통상 성(性) 하면 섹스, 임신, 출산 등의 생물학적 과정만 연상되죠. 이곳 아하센터는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교육도 시키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교육을 하는 전문기관이라 할 수 있어요.” 이명화 센터장(이하 센터장)의 말이다. 센터장은 관계란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관계란 사적 관계를 포함해서 가족, 친구 등의 모든 관계를 말해요. 문제는 관계에서 시작되고, 해결 또한 관계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면 이성, 단짝친구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죠. 이러한 관계로 인해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감인데 이 존중감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에서 나오게 되요. 왕따나 학교 폭력문제도 결국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싹이 트는 것이니까요. 존중감을 만들어주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 우리가 시행하는 교육의 기본입니다.” 그는 성폭력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성폭력이 있었지만 피해자들조차 감추고 얘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다고 보는 것이 맞아요. 미디어를 통해 성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폭로되면서 이제는 드러내놓고 피의자를 찾아 벌하는 분위기가 된 거죠. 그러니까 늘었다는 것 보다는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어른의 흉악성범죄나 또래 간에도 집단 성폭력사건 같은 유형은 오래전에는 없었는데 새롭게 증가하고 있어요. 성폭력은 간단한 남녀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자인 어른이 약자인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죠. 그런 현상들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에요. 아이들 문제잖아요? 대책이 시급하다 하겠죠.” 그는 어린이 청소년 성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것이다’라고 딱 꼽지 못했다. “제가 이쪽에 일을 20년을 했어도 원인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워요. 원인과 유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 그러한 공포감이 오히려 성폭력을 부추길 수 있어요
조기 성인식교육이 아이에게 어느 정도 효과적일까. 아하센터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흉악 범죄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따위의 교육은 하지는 않는다. 그런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공포감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흉악범죄 상황에서 힘없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대신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모에게 얘기를 해서 도움을 청하라는 교육을 해요. 과거처럼 감추거나 본인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를 고쳐주는 것이죠.” 아하센터의 프로그램은 어린이, 청소년, 부모 등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은 힘과 권력에 의해 성을 도구화하는 폭력적인 성,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성을 거부하고 생명과 평화를 가꾸는 주체적인 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나이가 어려서, 남자라서, 성적소수자라서, 장애인이라서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귀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평등한 성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아하센터 3층에는 ‘어린이성장놀이터’가 있다. 어린이들이 성을 접하고 배우고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기 성교육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일부에서는 어린아이의 자위 등의 유사성행위 행태를 단호하게 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인식교육은 빠르면 좋을까? 이에 대해 센터장은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죠. 우리나라 성교육의 토대가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성교육가이드 라인을 참조해요. 성인식 교육이 빠르면 좋다기보다 내용의 문제일 것”이라며 “영아기에는 스킨십을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 충만감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하고, 자신의 성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5~6살 때는 자신의 성기에 대해서 긍정적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다”고 말한다. 자위행위는 어떨까? 어른이 제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유아기 때는 스스로 몸을 탐색하는 과정 중에 하나일수 있어요, 행위에 대해 훈육형태로 재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육학자가 있고, 재제했을 경우 오히려 성적으로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어요. 그냥 자연스러운 놀이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학자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후자에요. 이분법적으로 지적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문제 아이들 대상 성폭력 사건을 보는 사회의 인식 수준에 대해서도 센터장은 낮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성폭력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어떻게 하느냐, 큰일 났다, 인생 망쳤다, 시집가기 힘들겠다' 등 피해아이를 오히려 더 왜곡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많죠. 어른들이 그러니까 피해 아이 스스로도 나는 특별한 일을 겪었다고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피해 아이의 입장에 서서 상처를 자연스럽게 치유해줄 수 있는 어른들의 건전한 사고와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청소년 미혼모 중에 피임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어요 최근 청소년 미혼모, 청소년 낙태 등이 늘어나고 있다. 센터장은 이에 대해서도 사회적 교육의 한계를 지적했다. 청소년 친화교육이라는 가면을 쓴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교육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제가 만난 미혼모 아이들 중에는 피임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성관계를 하고도 임신이 될 줄 몰랐던 거죠. 약 30% 가량은 피임법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나머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닐 것 이라고 믿었다고 해요.” 아이 정서에 맞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의 한 단편이다. 그나마 그 조차도 못 배운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성관계를 ‘해도 된다? 안 된다?’ 정답은 없어
청소년들은 성관계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들이 성관계를 ‘해도 된다’, ‘하면 안 된다’ 어느 하나로 단정해서 말하기 어려워요. 요즘 아이는 신체적으로 상당히 성숙해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와 함께 성관계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잖아요. 생물학적으로는 10대가 성에 관해 가장 활발한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근대화되기 이전 시대에는 10대에 이미 다 혼인을 했는데, 그런 조혼 분위기는 단지 사회적 전통 때문은 아닌 것이죠. 생물학적으로 그때 성관계를 맺는 것이 건강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이러한 문화를 권장할 수는 없겠지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전혀 다르니까요.” 센터장은 정부의 인식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성교육 관련사업에 대해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크게 주목받는 사건사고만 발생하면 하루 이틀 만에 급조된 대안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못마땅해 했다. “교육당국은 의무적으로 15시간씩 성교육을 하라고 지침을 내리죠. 학교 현장에서 담당하는 선생님도 없고,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국·영·수 시스템만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 성교육 15시간을 어디서 만들어 낼까요? 물론 확인하면 15시간 다 했다고 보고가 올라오겠죠. 현실을 무시한 지침만 내리고 책임회피성 보고만 올리는 죽은 정책만이 만연해요. 실제로 연간 5시간도 교육을 못 받는다고 보면 맞을 거예요.” 그는 덧붙이기를 “현재 학교 보건교사가 성인식교육을 하는 곳은 10% 미만이에요. 보건교과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그걸 선택하고 있는 학교 또한 10% 미만이죠. 보건교사를 2명 정도로 늘리면 부족한 교육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교육학을 전공한 후 성교육 분야에서 26년간 종사했다. 예전에는 YMCA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성인식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민간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다가 1990년대 후반 서울시가 시설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확충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센터장이 있다. “성인식교육은 학교 안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어느 때부턴가 하게 됐어요.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 분야에 대한 흥미나 책임감이 없었다면 센터와 역사를 함께 할 수 없었겠죠.” 성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독립적인 책임감을 부여해 주어야
그의 올해 계획에 특별한 것은 없다. 보다 많은 아이들을 만나 고민하지 않고 행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는 청소년 성을 보는 어른의 시선에도 유연성을 담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구사회는 프라이버시를 인정하지요. 성문제나 애정관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고, 어른들은 그러한 선택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줘야합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을 때 주체적인 성인식이 자리잡을 있거든요." 성에 대해 지나치게 금기시하고 억압하는 어른들의 편견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하센터는 학부모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학생이 성적 욕구가 뭐야! 공부를 위해 다 참고 살아야지!”라고 하는 부모가 대부분이지만 교육을 받고나면 “아이들을 인정해줘야겠네요”라며 생각을 바꾸는 부모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을 해주는 것과 무엇보다 기다려 줄줄 아는 부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청소년 성인식교육 관련 정부정책에 대한 점수(100점 만점)를 묻는 짖꿎은 기자의 질문에 센터장은 45점을 줬다. 센터장은 바쁜 와중에도 아동학대근절을 위한 관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반드시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야 해요. 뚱뚱하던, 키가 작던, 공부를 못하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미혼모나, 성폭력 피해 또는 가해아이를 만나보면 공통적인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적절한 교육을 통한 자존감의 회복이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이 되겠죠.”
Q. 질 밖에서 사정하면 임신걱정을 안 해도 된다? A.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다. 당연히 질 내 사정보다 임신가능성은 적지만 사정전에 이미 정자가 일부 분비액에 섞여 나오기 때문에 임신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성관계시 남자가 흥분상태이므로 조절능력이 감소되어 질외사정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A. 정관수술을 하면 성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하지만 정관수술 후 자신의 성적능력 퇴보에 대한 불안감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성기능이 저하될 수는 있다.
A. 과거의 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이 높아 체내의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체중증가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피임약은 극소량의 호르몬만이 함유되 체중변화가 거의 없다. 과거 피임약 중 일부는 여드름을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최신 피임약은 오히려 여드름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A. 잘못된 생각이다. 생리란 증식된 여성내막이 임신이 되지 않아 탈락하는 현상으로 이 기간 중 성관계를 가지면 임신확률이 적긴 하지만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생리기간이 긴 사람이 생리가 끝날 무렵 성관계를 가지면 3일 이상정자가 살아남아 임신이 될 수도 있다.
A.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임신 전 피임약 복용이 태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근거가 없고 이 사실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확증을 받은 바 있다. 피임약의 호르몬 성분은 몸에 축적되지 않고 복용하는 동안만 작용을 나타낸다.
A. 일부는 정관수술 후에도 피임이 되지 않을 확률이 있다. 정관수술 시술법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히 정관을 묶었을 경우 정자가 나올 확률이 5% 정도로 높고 전기시술이나 절제방식의 경우 상대적으로 확률이 낮다. [Copyrights ⓒ어린이안전신문 기사제보 & 보도자료 allcsn@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