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믿음과 방심은 큰 재앙을 초래한다. 일찍이 톰 소여의 모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인구 1000만 서울시민의 촘촘한 안전망 구축과 소통과 화합이 조화되는 소방 행정 실현을 위해 촌음을 아껴 가며 특히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지론으로 서울특별시소방재난본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순경 본부장(소방간부4기. 소방정감)을 만났다.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생하는 화재, 구조, 구급상황에 대응하고, 각종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장 소속으로 소방행정과, 재난대응과, 예방과, 안전지원과, 현장대응단, 소방감사담당관을 직할로 두고 있으며, 산하에 23개 소방서와 청와대소방대, 서울종합방재센터, 소방학교, 119특수구조단, 의용소방대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6,776명의 소방재난인력과 4,531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뜨거운 땀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가스유출사고, 환풍구 추락사고, 아파트 화재 등 대형 재난사고 이후 범국민적인 안전문화운동 추진 정책과 사업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먼저 서울소방본부의 재난·재해 및 안전 정책에 대해 들었다. 연일 빠듯한 외부 일정과 회의, 보고 등에도 불구하고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권순경 본부장은 “최근 유난히 큰 사건, 사고가 많아 국민들뿐만 아니라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도 큰 슬픔을 안겨준 한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권 본부장은 그렇지만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대응능력을 한층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중 ‘재난현장 황금시간 목표제’ 실행계획은 민선6기 서울시정 4개년 계획 중 하나로, 안전한 도시 서울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재난대응에 있어서 황금시간이라는 패러다임이 부각되었고, 이에 따라 인명구조와 재난확산 방지를 위한 한계시간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또, “안전에 대한 시민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상승함에 따라 고객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수요의 주체인 시민들에게 일시적 대책이 아닌, 객관적이며 수치화된 목표 중심의 재난대응대책을 제시하고자 재난현장 황금시간 목표제를 추진하게 되었다”면서 “이처럼 시민 중심 재난대응은 우리 본부가 추진하는 안전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소방본부 활동 중 시민들의 안전 확보 및 저소득층을 위한 민생지원 활동에 대해서도 들었다. 이에 대해 권 본부장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화재 피해를 입은 저소득계층의 주택을 복구하는 등 민생지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올 5월에는 ㈜에스원,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서울역쪽방상담소와 함께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45가구에 대한 ‘화재취약계층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1967년도에 지어진 이래 보수 한 번 이뤄지지 않아 건물 자체가 노후하고, 나무문이 그대로 있어 화재와 생활안전에 취약했던 공간이 민․관의 손길로 방화문, 자동화재탐지 설비가 설치되고 새롭게 도색되는 등 깨끗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본부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안전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또 그동안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화재나 안전사고 등 재난・재해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소방장비가 열악하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소방본부는 먼저 재난현장 지휘버스 교체, 고성능 펌프차 보강 등 소방장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선 재난현장에서의 효율적인 통합지휘를 위해 최첨단 지휘버스로 교체한다”며 “지휘버스 내에 위성중계장치와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하고, 각종 전산․ 통신망 현대화 등을 통해 통합작전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고층건축물 화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400m(130층 높이)까지 송수가 가능한 고성능펌프차(CAFS)를 도입, 시범운영 후에 확대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전국 시·도 최초로 재난 발생 시 드론(drone·무인정찰기)을 활용해 골든타임 즉 초기 대응 강화로 8월부터 재난 현장에 드론을 투입했는데 그 효율성과 활용도에 대해서도 권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 시에서는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복잡·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각종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첨단장비 도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했다. 그 결과로 “올해 8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재난현장용 드론을 도입했는데,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정보를 종합하여 실시간 재난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상황에 맞는 대응작전을 전개하여 시민의 안전을 촘촘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본부의 드론은 총 2대인데, 프로펠러가 4개인 쿼드콥터 형태이며, 3kg 무게의 중급드론”이라며 “1,200만화소의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서 촬영 영상을 재난대응 작전에 활용하기 적합한 기종이며, 무엇보다 운용과 조작이 다른 기종에 비해 쉬워서 소방관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이 촬영한 영상은 우리 본부에서 운영 중인 ‘소방안전지도’에 실시간으로 송출되어 재난상황을 분석하고, 소방작전을 전개하는데 활용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고층건축물 화재 시 공중촬영 영상으로 인명구조가 필요한 사람과 화재상황 등을 신속히 파악해 진압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산악사고나 수난사고시 실종자를 수색해서 구조대원들의 구조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화생방이나 테러현장 등 구조대원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곳으로 투입돼 상황을 파악하는 등 재난대응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 아직은 불완전한 드론 운용 시, 오히려 재난현장에 2차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권 본부장은, “최근 사회 전반에서 드론사용이 급증하면서 드론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우리 본부에서는 드론의 안전한 운용을 위해 드론 운용지침을 만들고, 사전에 25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6명의 조종자들이 운용을 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시로 드론 조종자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는 등 재난현장의 2차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또 소방장비 개선을 위해 소방장비 구입 예산은 국비와 시비, 소방안전교부세 등을 활용하는데, 소요 예산 등 기타 어려움은 없는지 질문했다.

이에 권 본부장은 “지방재정만으로 노후된 소방장비를 보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올해 우리 본부는 서울시 예산과 중앙정부의 국고지원, 소방안전교부세를 활용해서 노후장비를 점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재난 발생 시 소방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소방장비의 보유율을 높이고 노후율을 개선하는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30여 년간의 소방재난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안전한 서울 행복한 시민'이라는 소방재난정책 목표에 대해서도 “서울소방본부는 황금시간 목표달성 중심의 재난대응 혁신, 화재로부터 안전한 도시 만들기, 시민생활 밀착형 119서비스 제공, 현장중심 소방 활동 역량강화 등 4개 분야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현장 동료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가 헛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동료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여 현장대원의 안전을 지키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소방본부 소방대원들의 재능기부와 관련해 언론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몸짱소방관 달력'이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에 권 본부장은 “‘몸짱소방관 달력’은 어린이 화상환자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소방관 13명의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졌다.”며 “각종 포털사이트 메인 이슈로 등재되고, 청와대 영문홈페이지에 게시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결실은 달력을 통해 기금 1,790만원이 모여 화상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기부되었다는 사실”이라며 특히, “작년 성탄절에는 쑥스럽지만 산타 복장으로 어린이 화상환자의 쾌유를 위해 응원하고 왔는데, 실의에 빠진 가족에게 미약한 힘이나마 전해드린 것 같아 몹시 뿌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시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이벤트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지난 4월 30일, 구미대학교 강당에서 소방안전과, 특수건설기계과, 국방화학과, 국방의료과 학생 등 250여명을 대상으로, ‘국가 재난대응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특강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강연에서는 재난대응의 기본이론과 사례, 패러다임의 변화, 새로운 대응방안에 관한 내용들을 전달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사례로 골든타임의 중요성과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민‧관 통합 재난관리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서울 강서구에서 쓰러진 시민을 소방서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구해낸 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미담을 소개하며, 시민들의 재난대응과 응급처치 교육 이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강과 각 언론 매체 등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히 위기 상황에 대처 가능한 즉 시민들의 안전 파수꾼 10만명 양성 계획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재난현장의 황금시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전중심의 도시 공간 조성을 위한 기반시스템 및 관의 기능강화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역량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일례로,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와 2014년 도곡역 지하철에서 일어났던 방화사건을 비교해보면 시민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전자는 시민 등 관계자의 초기대응이 없어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지적하고 “후자의 경우는 관계자의 초기 대응활동으로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되었다.”고 평가했다. 응급 상황에서의 초기 활동이 황금시간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임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응급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고,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심정지 환자를 접했을 때는 심정지 상태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자신 있게 심폐소생술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문제점을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등의 초기대처를 할 수 있도록 올해 2만 명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서울시민의 1%인 10만 명을 시민안전파수꾼으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황금시간대의 확보는 재난대응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로여건이나 교통체증, 미흡한 안전의식 등 곳곳에 장애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민·관 합동 대응 프로세스’ 구축은 시대의 당연한 요구이며, 이것이 곧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제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시의 황금시간 목표제 추진 전략과 추진 계획에 대해서 권 본부장은 먼저 “재난현장 황금시간 목표제는 ‘시민과 함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도시 만들기’라는 비전을 가지고, 크게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4개 정책과제, 17개 단위사업으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목표로 “현재 서울시에서 분류하고 있는 55개 재난유형별로 황금시간을 정립하고 검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민이 요구하는 황금시간을 정립하기 위해서 11명의 민간전문가와 50여명의 실무진, 그리고 2,000여명의 시민의견을 수렴하여 국내최초로 55개 재난유형별 황금시간을 정립하였고, 이를 진단하고 검증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서울연구원)에서 용역을 실시하여 황금시간 목표제가 실제 재난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지를 확인․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목표는 “시민과 함께하는 황금시간 실현인데, 이는 재난 초기 민관 합동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애인, 어린이, 어르신 등 재난약자 보호 프로그램(장애인 안전벨 등)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취약지역 보이는 소화기 설치, 시민안전아카데미 운영, 10만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등의 세부 단위사업으로 분류하여 황금시간 목표제를 실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 목표로 “황금시간 목표제 중심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키 위한 물리적 기반 시스템을 보강하여 재난대응 긴급구조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금시간대 중심의 신속한 긴급구조시스템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중 스마트 긴급구조통제단 시스템 구축사업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인력, 장비)정보를 전산화하여 언제 어디서나 유관기관 간 신속한 디지털 협업지원 체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연구소와 함께 재난현장 지휘역량 강화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난현장에서 지휘관 및 관계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상황판단과 의사결정 또한 황금시간 단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재난상황 진행에 따라 대응기법과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아시아 유일의 재난대응 교육 시뮬레이션 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수많은 화재 진압을 위한 출동과 작전, 재난현장 중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서 그는 “돌이켜 보면, 작년 한해만해도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해, 도곡역 방화사건, 상왕십리 추돌사건,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일 계속되어 모두를 안타깝게 했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특히, “지난 99년도의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참사부터 작년의 세월호 사고까지 어린 생명들이 스러져갈 때의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서 “우리 소방관들에겐 그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곤 한다.”며 현장에서의 참담함과 인간적인 고충을 동시에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2월에 발생한 ‘사당종합체육관 붕괴 사고’때는 현장에 매몰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망하기도 했었지만, 서울소방의 구조역량을 한데 모아 매몰자 전원을 안전하게 구조해내어 몹시 뿌듯했다.”며 이렇듯 “서울소방은 언제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그는 지난 5월 12일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영국 런던에서 런던 소방국(국장 Ron Dobson)과, 13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 소방국(국장 Elie van Strien)과 상호 우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양일간 교환한 양해각서에는 양국 도시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보다 향상된 재난업무 수행을 위해 화재․ 구조․  재난대응 활동 전반에 대해 우호관계를 다지고, 지속적인 교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럽국가와의 업무협약은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명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안전제일주의를 추구하는 정통유럽의 소방당국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서울소방본부는 현재 현장 소방공무원 처우개선과 건강, 보건 등을 위한 정책들도 적극 추진 중이다. 권 본부장은 “상시 위험에 노출된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현장대원 개인보호장비 지급률을 연차적으로 높이고 현장 대원들의 재충전과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연수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출동 간식비 인상과 공상자 특별위로금 지급, 현장 대원이 노출되는 유해요인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직업관 및 소방관을 지망하는 전국의 학생 및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는 이 대목에서는  “흔들릴 때마다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용기, 극심한 절망마저 이겨낼 수 있는 불굴의 정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 그것이 곧 ‘소방관의 직업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방관은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 했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절제절명의 극한 순간에도 두려움을 이기고 화마와 싸워 시민의 생명을 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그는 많은 이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던 시 ‘소방관의 기도’의 주인공을 예로 들며 “한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가냘픈 목소리를 들었고, 망설임 없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한 생명을 구하고, 정작 자신의 목숨은 잃고 말았다”며 “사랑하는 가족의 안위를 신의 은총에 맡긴 채 불길 속으로 의연하게 뛰어들었던 그의 직업정신, 다소 거친 비유일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행하는 업무의 숭고함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소방 선배로서, 남다른 희생정신과 성숙한 직업관을 가진 젊은 인재들의 많은 투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권 본부장은 특별히 시민들의 안전과 관련해서도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안했다. “모든 사고와 재난은 특별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사소해 보이는 작은 안전수칙 하나를 지키지 않는데서 모든 재난은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이 당한 사고나 재난을 단지, 그 사람의 불행으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각종 재난에서 경각심을 느끼고, 그것을 안전에 대한 지혜로 승화시켜 나와 우리 가정은 물론, 이웃들의 소중한 삶터인 이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아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고는 먼 데 있지도 않고, 친절히 예고해 주지도 않으며, 느닷없이 불쑥 찾아와 우리들을 놀라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면서 “상식을 지키지 않으면 재난은 언제든 다시 우리를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안전’은 다시 한 번 생각해고 행동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우리의 소중한 가치임을 늘 잊지 말아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끝으로 사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소방대원들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확고히 지킬 수 있도록 평소 시민과 언론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막연한 믿음은 방심과 큰 재앙을 초래한다. 막연한 믿음보다는 안전에 대한 사소한 관심과 소방차 길 터주기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재난 예방에 꼭 필요하다.

예고 없이 불시에 찾아오는 재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 예방으로 재난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신속한 대처와 복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난과 화재 등 위기상황에서 나를 지키고 가족과 이웃을 돕고자 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리 사회의 안전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