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충주성심맹아원에서 의문사 한 김주희(당시 12세)양과 2013년에 서울 S유치원에서 숨진 김나현(당시 6세)양이다. 사망 당시의 정황을 증명하는 cctv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주희), 의심스런 감정학대와 적절한 심폐소생술 대처 미흡으로 사망한 사실이 정황상 분명함(나현이)에도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이 아이들 죽음에 책임이 있는 어른들의 태도는 여전히 당당하다.

▲고 김주희 어머니 김정숙 씨. 김 씨는 주희 이야기를 하면서 줄곧 눈물을 흘렸다.

맹아원에서 홀로 방치돼 사망한 주희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기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동학대를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인 ‘하늘소풍’의 회원들이다. 그들이 집회를 연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충주성심맹아원이라는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요양원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몸담고 있던 12살 소녀가 갑자기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사건의 의문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유가족과 함께 진실을 규명하고 피의자의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것입니다.”

하늘소풍 민정숙 대표의 말이다. 어떤 사건일까? 사건의 경위는 12살 맹아 소녀가 충주성심맹아원에서 지낸지 1년 쯤 됐을 때인 2012년으로 돌아간다. 2012년 11월 8일 새벽 6시 40분, 갑작스런 소녀의 죽음을 전화로 통고받은 유가족은 거주하고 있던 경기도에서 충주까지 쉬지 않고 몇 시간 차를 몰아 주희가 있다는 병원에 갔다. 아이는 보호자의 동의없이 영안실에 안치 되어 있었다. 고 김주희(12)의 아버지 김종필(53)씨는 “그 시점부터 이 사건은 이상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맹아원 관계자는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간질 발작으로 인해 목이 의자 팔걸이에 껴서 숨졌다고 주장했다. (김주희 양은 시각장애 1급에 뇌병변 4급 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정확한 사인, 사망 시점 등에 대해 모든 증언자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아버지인 제가 도착한지도 몇 시간이 흘렀는데도 당시 병원에 있던 맹아원 관계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했느냐고 하니까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돌연사를 했던지 아니던지 일단 신고를 해야하는 데 병원에서는 신고를 하지 않고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죽은 지 12시간 만에야 김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김씨가 아이의 사체를 봤을 때 멍이 들고 여러 곳에 상처가 있는 등 학대의 정황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렵게 하게 된 재판에서는 학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충주성심맹아원 원장, 현장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포함 해서 모두 5명을 고소했는데 1심에서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 그 후 검찰은 아예 혐의 없음으로 더 이상 기소를 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 사건을 인정하지 못하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거기서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무혐의가 됐다. 당시 야간에 당직근무를 했던 사람에게만 근무지이탈로 다시 재판을 해볼만하다는 판결이 나와 다시 1심 재판부로 돌아왔다. 야간당직자에 대한 재판도 아이가 숨진 지 2년 2개월 만에야 이루어진 일이다. 현재 3차 공판까지 이루어지고 있고 곧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고 김주희양은 쌍둥이 자매다. 바로 위로 언니가 있고. 주희양 밑으로 5살 어린 아들이 있다. 쌍둥이 자매 모두 장애가 있었다. 아이 죽음의 의문을 풀기 위해 아버지는 사업을 접고 택시기사로 직업도 바꾸었다.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찾으러 다니려면 낮 시간을 활용해야하기 때문이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종필 씨의 모습.

-주희양은 어떻게 충주성심맹아원으로 가게 됐나?

아버지 김종필씨(이하 김씨) “2012년 그 당시에는 시각전문학교가 저희 가족이 거주하는 경기도 수원에는 없었다. 전국의 시각전문학교를 다 알아 봤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4년 동안 알아보던 중 입학시즌도 아닌데 충주성신맹아원에서 입학 허락 연락이 왔다. 2011년 10월 이었다. 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주희를 위해 특별히 자리를 만들어 났다’고 말했다.

-주희 사망 당시 정황은 어떻게 되나?

어머니 김정숙씨(이하 어머니) “맹아원에서는 주희가 방에서 작은 팔걸이 의자에 목이 껴서 숨진채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이런 작은 일반용 의자에 무릎 꿇려놓고 다른 방에 가서 알람을 맞춰놓고 자버렸다. 이 사실은 유일하게 그 자리에 있었던 야간 당직자의 증언이다.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측에서는 무릎을 꿇은 채로 의자에 목이 껴서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이의 몸 곳곳에는 상처가 나 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는 눈만 안 보일 뿐이지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인다. 혼자서 보행도 가능하다.

김씨:“당시 주희가 끼인 체로 발견됐다는 의자 사이에는 연체동물 아니고서는 끼기가 힘들다는 전문가의 소견도 있다. 척추를 부러뜨려서 끼면 가능할지 몰라도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고무줄처럼 휠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하늘소풍’ 회원 분들의 도움으로 의자 사진을 증거로 계속 재판부에 넣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이 처음 발견 당시 아이의 상태는 어땠나?

어머니 "당시 구급대원은 아이는 깨끗한 이불 위에 있었고, 외출복에 신발까지 신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 하다가 그 새벽에 양발까지 신겨진 상태가 너무 이상해서 중간에 양말을 볏겨봤도니 발바닥에 시반이 진행되고 있었다고한다. (시반(屍斑)은 시체에 나타나는 얼룩을 의미한다. 시반의 형성 과정과 형태에 따라서 사망 추정 시각과 사망 당시의 자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맹아원은 산 밑에 있었고 10월의 산기슭 날씨는 쌀쌀했다. 우리는 아이의 몸에서 청색증까지 있는 걸 보았는데, 사후 긴 시간 방치를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망하고 나서도 3,4시간 동안 주희양을 방치한 것이다.

검찰 측에서는 간질로 인한 급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사인이 간질이었다면 외상은 무엇일까? 또한 아동이 간질로 인해 돌연사를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한다. 주희의 주치의였던 서울아산병원 고태성 의사선생님도 소견서를 통해 ‘소아청소년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의 대규모 연구결과에서는 원인 중에 원인불명의 돌연사는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보니 아이 몸에 좌상인 듯한 상처도 있다. 어떤 학대의 정황도 보인다.

김씨 "그렇다. 특히 아이 목에 칼로 베인 듯한 상처가 있다. 이게 분명이 좌상이다. 좌상이라고 경검에 수도없이 얘기했는데, 경찰에서는 압박흔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흉터로 잘리고 안의 빨간 속살이 드러나는 걸 내 눈으로 분명히 봤다. 지금까지 좌상이라고 인정을 안 해준다.”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온 몸에 벗겨진 흔적이 있다. 발버둥 친 흔적들이 여기저기 있는데, 이걸 전문의들이 보고는 딱 지적하더라. 이 정도로 살점이 벗겨지고 그러면 꽤 고통스러울 거라고. 그런데 맹아원 측에서는 담당 교사가 음악을 틀어주고 의자에 무릎 꿇린 상태에서 그대로 두고 가서 잠을 자러 갔다고 주장한다. 사인을 그냥 간질 쪽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거다.

앉아 있다가 어떻게 대처할 사이도 없이 그냥 경기를 일으키다가 팔걸이에 목이 끼어서 숨졌닫고 주장하기 위한 거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습관이 있다. 정말 아이가 경기를 했다면 앞에 의자에 부딪혀서 의자가 튕겨져 나간다. 어떻게 그 틈으로 낄 수가 있겠나? 우리가 만나 본 교수님들도 말아 안 된다고 증언을 해주었다.“

당시 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재판 중이다. 피의자들은 줄곧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아이가 급사를 했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그렇다면 곳곳에 있는 상처는 무엇을 말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여러 가지 진술도 나오고 몇가지 증거도 있는 것 같은데 채택이 안 됐나?

어머니 “구급대원도 이미 시반이 동봉된 아이였다고 진술을 했고, 장례식장에서 염하시는 분도 시반이 있었다는 점을 진술했다. 그런데 그런 진술들이 다 무시됐다. 지금 검찰에서는 유족 측에서 주장하는 학대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라고 한다. 하지만 cctv가 없기 때문에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맹아원에는 cctv가 전혀 없나?

김씨 “내부에 들어가 봤는데, 복도나 현관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주희가 발견된 방에는 없었다. 그래서 아마 방에 가둬둔 것 아닌까 싶다. 어느 신문 기자분이 집요하게 찾아가서 요구를 했다. ‘왜 설치를 안 하냐, 있는 것만으로도 공개를 하라’고. 그런데 계속 맹아원에서는 계속 묵묵부답이다.”

▲주희에게 세상 경험을 많이 시켜주기 위해 주희 가족은 일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녔다.

-주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주희는 생전에 어떤 아이였나?

김씨 “너무 너무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 5남매 중 4째로 태어나서 가족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한 아이였고. 우리는 모든 사랑을 이 아이한테 쏟았다.

어머니 “제가 6개월만에 조산을 해서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빨리 나오는 애들이 거의 미숙아망막증을 앓는다. 수술은 계속 했는데, 시신경까지 녹은 상태라 수술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시각장애 1급에 뇌병변 4급의 장애까지 지니게 됐다.”

김씨 “다른 부모는 장애가 있으면 주변과 멀리고 밖에 나가는 것도 피하곤 학지만, 우리한테는 너무도 소중한 아이였다. 주희를 낳고 나서 처음으로 계획적인 생활을 했다. 각각 아이몫의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사 놓았다. 주희가 숨지기 한 달 전에도 강원도에 해수욕장에 가서 찍어 놓은 사진도 있다. 우리 주희를 낳고 부터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느껴서 일 년에 한 번 여행을 갔다. 돼지저금통의 돈이 모이면 여행을 가는 식이었다. 아이한테 참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았다.”

어머니 “아이들 치료하면서 치료비도 많이 들어갔다. 미숙아들은 특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데 비용이 몇 배 더 든다. 병실비용만으로도 일주일에 보통 2~3백만원 정도 들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폐주사라고해서 그때까지는 120만원 짜리 주사를 맞았다. 한 번 맞는게 아니고 주기적으로 맞는 거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이런 약이 좋다더라고 권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약은 비급여에 약값도 비쌌다. 그래서 치료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끝까지 갔다. 좋다는 건 무조건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그때 약들이 치료제라기보다는 아이를 상대로 실험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아이한테 많이 배웠다. 주희는 스킨쉽을 좋아하고 ‘사랑해‘라는 말도 좋아했다. (눈물을 흘리며) 뽀뽀하는 것도 좋아했다.”

김씨 “주희는 성격이 밝고 쾌활했다. 사랑의 표현을 좋아했다. 잘 웃고, 박수치고 감성적이었다. 주희는 특히 추어탕을 많이 좋아했다. 충주맹아원에 보내고 나서 주희가 체중이 급격하게 빠졌다. 마음이 아파서 며칠 집에 와서 데리고 있으면 추어탕을 먹였다. 충주맹아원 가기 전에 학교에서도 이 정도면 무척 건강하고 독립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건강해져서 보냈던 건데 이렇게 된 거다.”

주희의 생전 이야기를 할 때 김씨 부부의 눈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다. 생전의 주희는 무조건 개방적인 공간을 찾았다고 한다.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촉감과 감각으로라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주희가 물에서 노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어 놓은 장면을 보면 주희는 물에 발만 대면 깔깔대고 웃는다. 파도 칠 때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좋은 거다. 주희는 세상을 피부로 보았고, 가슴으로 감상했다. 그 영상이 주희의 마지막 모습이다.

많은 장애인부모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집밖으로 데리고 나가 체험을 시켜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오직 주희가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가 됬으면 하는 마음에서 외부 경험을 많이 시켜주었다. 더 나아가 김씨 부부의 나이가 많기 때문에 머지않아 혼자 있게 되어도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맹아원도 보내게 된 것이다. 김씨 부부는 아이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희가 떠나고 2년 동안 증거부족이라는 이유로 재판 자체가 진행이 안 됐다. 김씨 부부는 청와대 등 안 다녀본 곳 없이 뛰어다녔다. 줄곧 강압적이었고 명백한 증거도 회피하던 검찰과 경찰은 김씨에게 모욕도 서슴없이 가했다. 그들을 믿을 수 없었다. 김씨 부부는 그동안 진상규명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큰 집단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만들기까지는 1년 넘은 통한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교수,정치인, 언론인, 등 한 명 한 명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만났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개인의 작은 울분이 크게 목소리로 울리기는 벅찼던 것일까요?.”

김씨가 원하는 건 진실규명 하나다. 진실만 알고 싶을 뿐이다. 아이 몸 곳곳에 큰 상처가 있었는데도 그에 대한 명확한 해명 하나 아직 못 듣고 있다.

▲가족과 함께 즐거웠던 한 때. 이런 시간은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한다.

발레강사의 의심스런 감정학대로 사망한 6세 나현이

▲고 김나현 양의 아버지 김주승 씨. 김 씨는 여전히 눈물로 하루를 보낸다.

3년 전인 2012년 1월 30일이었다. 사건 당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나현이 아버지 김씨(43)는 보통 7시에 출근을 하는데 그 날은 늦잠을 잤다. 나현이 동생이 태어난지 50일 정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나현이와 한 방을 썼다. 자는 것만 봐도 사랑스럽고 안쓰러운 아이였다.

“출근하려고 일어나니까 나현이가 따라서 일어났어요. 씻고 나오니까 자기도 화장실 간다고 나왔습니다. 웃으며 장난으로 ‘가지 마!’하니까 발을 동동 거리며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 때는 어른들 말을 무조건 들을 때 잖아요. 나현이는 어른들 말은 더 잘 들었습니다.”

뽀뽀해주고 나왔다. 김씨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일을 한다. 그날 오후 2시에 가평에서 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부장님과 함께 가평에 갔다. 2시간 동안 회의를 했는데 그날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오후 4시쯤에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내였다. 어린이집에 간 나현이가 쓰려져서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병원을 가는 도중이라고 했다. 어느 병원이냐고 했더니 동네의원의 이름을 언급했다. “왜 동네의원에 가.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김씨는 울면서 운전을 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한전병원으로 응급실로 갔다. 화상전문병원이었다. 그때가 오후 6시 10분이었다. 도착해 보니 아이의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약물로 인한 것이었다. 나현이의 가랑이 쪽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오줌을 지린 거다. 김씨가 생각해보니 발레를 배우면서 오줌을 지린 적이 전에 몇 번 있었다. 아이 눈에는 거즈가 있고 심폐소생술하고 약물 투입하고, 반복했다. 4시부터 6시까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의사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6시 20분 무렵, 의사가 조용히 말했다. “심폐소생술을 해도 계속 떨어집니다. 그만 놓아주시는데 어떻습니까?.”

사건이 발생한 선아유치원의 발레 교사와 원장은 아이가 잘 놀다가 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처음에 유치원 측의 말을 믿었다. 김씨는 일단 그날 밤 11시쯤 도봉경찰서로 갔다. 가서 진술서 쓰고 병원으로 다시 돌아와서 장례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지휘검사가 부검 얘기를 했다.

“유치원 측의 말을 믿고 그냥 장례 치르고 나현이를 보내주려고 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왜 죽었는지는 가족이 한 번은 봐야겠더라고요.”

다음 날 경찰서에서 부검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김씨는 직장 문제 때문에 못가고 아내와 김씨 장모님을 경찰서로 보내서 cctv를 보고 오라고 했다. 보고 온 아내는 “이건 살인이야”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아내가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말을 해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정황 파악이 안 됐다. 김씨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cctv를 봤다.

cctv상에는 잘 수업을 받고 있던 나현이을 불러 뭔가 야단을 치는 발레강사의 모습이 보였다. 팔을 조금 거칠게 잡아 끌고 내치며 뭐라고 말을 했다. 나현이는 펄쩍 뛰며 그런 발레 교사를 졸졸 따라다녔다. 뭔가 두 손바닥을 빌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쓰러지기 직전 나현이의 모습이었다.

캄캄한 지하에 가두는 게 벌?

나현이 엄마가 둘째를 임신을 하게 되면서 엄마 태교를 위해 발레를 가르쳤다. 마침 2시부터 4시까지 학원에서 발레 특강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해 있는 선아유치원은 나현이 집 아파트에서 창문을 내려다보면 보이는 곳이다. 걸어서 2분 거리에 소방서도 자리하고 있다. 집에서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으니 마음이 놓여서 보낸 곳이다.

무용강사는 시간제교사였다. 전문적인 발레 교사는 아니었다. 유치원에는 지하도 아니고 반지하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교실 하나가 있는데 불을 끄면 내부는 암흑처럼 어두어진다. 발레 특강은 그 장소에서 했다. 기자는 김씨와 함께 당시 cctv를 보았다. 아이들과 수업을 받은 후 놀던 나현이는 장난을 치다가 교실 안에 놓여 있던 그네 놀이기구를 넘어뜨린다. 교사가 다가오더니 뭐라고 야단을 치는 듯 했다. 그러니까 아이가 안돼 안돼 하면서 발레교사를 쫒아다닌다. “이때 뭔가 아이에게 분명히 겁을 준 것입니다. 교사는 담임선생님한테 이른다고 얘기를 했다고 해요. 하지만 같이 있던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가둬버린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고요. 그런데 아이들의 말이라 신빙성이 없다며 증거 채택을 안 됐습니다. 미치겠더라고요.” 김씨의 말이다.

아이는 계속 발레강사를 쫒아다니며 조르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교실을 다 나갈 동안에도 나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발레강사가 입구 쪽으로 가면서 안쪽에서부터 형광등을 끄는데도 아이는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탁 주저 않는다. “나현이는 어른이 뭐라고 하면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아이에요. 때문에 그 상황은 교사가 ‘너 나가지 마’라는 말을 한 정황인 것이 분명합니다. 문을 닫으면 교실 안은 암흑입니다. 7살 아이에게 그런 곳은 매우 공포스런 상황입니다. 문만 닫으면 깜깜한 감옥인 곳입니다.” 나현이가 쓰러졌을 때 바로 심폐소생술을 해줬으면 나현이는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레강사는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레강사 아무개씨는 이 상황에 대해 나현이가 더 놀겠다고 떼를 썼고, 자신은 문을 열고 나오라고 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숨진 아이가 강당에 남아서 더 놀겠다고 떼를 썼어요. 나오라는 말을 듣지 않고 주저 앉았어요. 불을 끄거나 강당 문을 잠그지 않았어요.“ 또 119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유치원 원장은 "당일 눈이 많이 와 119 구급대가 오지 못할까 염려 돼 신고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119 신고가 유치원의 의무사항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유치원 측의 주장에는 진정성이 많이 떨어진다. 유치원에서는 나현이 사망한 지 한 달 후에 회식을 했다. 또한 나현이가 떠나고 가족들이 장례와 삼오제를 지내고 있던 2013년 2월 6일, 유치원에서는 각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선아유치원 **반 담임입니다. 월요일부터 정상등원을 합니다. 자세한 유치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하지만 ‘아이가 죽었는데 문자로 정상등원 얘기를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한 선아유치원 학부모였던 이 모씨는 사건 이후로 나현이 집 근처에 선아유치원 전단지 광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선아유치원 측에 붙이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11월에는 나현이 집 앞에 유치원 광고 전단지를 또 붙였더라고요. 그들은 나현이 부모님까지 죽여야 속이 차는 걸까요?”

나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유치원이 보인 이후 행태에서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걱정과 반성, 책임지려는 자세를 찾아 볼 수 없다.

▲나현이는 사람의 감정에 영민하게 반응하는 쾌활한 성격의 아이였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한다.

-초등대처에 많은 문제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나현이 아버지(이하 김씨) “형사들이 초동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이가 쓰러지자마자 119를 불렀어야 했다. 119가 유치원에서 직선으로 200미터 떨어져 있다. 그런데 이사장은 아이를 26인용 버스에 태우고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창동 제일병원으로 갔다. 서둘러 응급 대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는 동네병원가서 도착 한 후 거기에서 119에 신고를 했다. 또 다시 한전병원으로 옮겼는데, 근처에는 더 가까운 대학병원도 있었다. 도대체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왜 가까운 곳을 두고 그렇게 먼 곳을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이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놏친 것이다.”

-경찰의 수사 상황은 어땠나?

김씨 “119일지에는 구급대원이 제일병원에 왔을 때 벌써 아이의 심장은 멎어 있었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2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갈비뼈도 다 부러졌고. 그런 상황을 그대로 경찰한테 얘기를 다 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검찰의 송치 의견을 보니 거기에 무혐의 처리를 했더라.

부검을 하니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다‘고만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급성 신경질환으로 나와 있었다. 그 급성의 원인이 무엇인지 원인 규명을 해야 하는데 경찰에서 소홀히 했다. 부검을 하고 장례식을 했다. 장례식 때도 유치원연합회라는 곳에서 어떤 직원이 와서 웃으면서 장례비를 다 대줄테니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하더라. 말도 안 나왔다. 멱살 잡고 싸웠다. 그 당시 9시 뉴스에서도 나현이 사건이 나왔다."

-선아유치원은 지역에서 꽤 오래된 곳이다. 지역 카르텔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싶다.

김씨 “경찰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20대 젊은 애가 80대 노인에 욕을 해서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그걸로 무슨 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사자가 80먹은 노인이 아니라 아동이다. 비유가 안 된다. 이건 감정학대다. 우리나라 경찰관들은 다 바보인가? 형사 3팀의 팀장이 자기 손녀 얘기를 하면서 수사를 잘 할거라고 하고 나서, 증거가 없다고 혐의 없음으로 해 놓고 정년퇴임을 했다. 팀장은 그 일대에서 파출소장도 하고 지구대 소장도 하고 지역에서 꽤 오래 일을 한 사람이다.”

-첫 번째 공판은 언제 했나?

김씨 “이건 명백히 감금 치사다. 지금 후회스러운 게 아동복지법을 같이 넣어야했는데 법을 잘 몰라서 못 넣은 거다. 15년 1월 14일에 첫 번째 공판을 했다. 3년 만에 첫 공판이었다. 자료 분석에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을 잡아 먹었다. 업무상과실치사도 cctv가 있었으니 된 거다. 그것마저 업었으면 그냥 허무한 급사로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발레강사을 만나 본 적이 있나?

김씨 “그 강사를 한 번도 개인적으로는 만나 본 적은 없다. 지난 1월 14일날 재판정에서 처음 봤다. 다만,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고 두 차례는 전화는 왔었다.”

재판에 참석한 하늘소풍의 민정숙 대표에 따르면 “재판 중에 가족이 다 있었는데 마치고 나올 때 아버지한테 할 말이 없냐고 물으니 얼굴을 외면하고 갔다”고 한다. 화가나서 하늘소풍 회원들이 “나현이 살려내” 하니까 발레강사의 가족인 듯한 사람이 회원들을 밀치고 나갔다고 한다.

-유치원 측에서는 아이가 심장의 지병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씨 “그 부분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현이가 태어나자 마자 일주일만에 아산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산부인과에 내과 의사가 있는데, 심장에 잡음이 들린다고 해서 아산 병원에 심장 쪽 최고 권위자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간 거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되지 않나. 혹시 겁이 나서 그게 뭡니까 하니까. 크게 신경쓸 것은 없다고 했다. 10명 중의 한 두명 정도는 이런 잡음이 들리는데 커가면서 괜찮아진다고 한 거다. 크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거라고 했다. 당시 검사는 심장계통의 권위자 분이 하셨다.”

-나현이가 떠난 후 가족들은 어떤가?

김씨 “여전히 가족들은 매일 울면서 지낸다. 이사를 여러 번 했다. 나현이가 떠날 당시 50일이었던 동생이 지금 유치원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cctv가 있는 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 시립이나 국립은 자리가 너무 없다. 하지만 cctv가 있어도 여전히 불안하다. 항상 걱정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는 cctv는 없다. 보육교사 분들이 모두 50,60대의 경력이 많은 분들이기 때문에 안심을 하기 때문이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던지 아니면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춘 보육교사 고용을 제도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있었던 보육교사나 원장이 여전히 그대로 일하고 있다.”

나현이는 유치원 담임선생님을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었다. 사람의 감정에 영민하게 반응하는 쾌활한 성격의 아이였다. 선생님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그런 나현이는 사망 당일 날 오줌을 지렸다.

 에필로그_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인 ‘하늘소풍’에서는 나현이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 민정숙 대표를 만나봤다.

-이 사건을 보는 민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민 대표 “어제도 뉴스에도 나왔지만, 심폐소생술을 안 해서 뇌사 상태에 있다가 8개월만에 사망한 아이가 있었다. 애가 쓰러졌는데 보육교사가 방치를 한 것이다. 애가 잠을 자는 건지, 쓰러지는 건지도 모르는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사람이 보육교사로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심폐소생술도 의무화하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모르겠다. cctv도 의무화하겠다고 한 두 번 말했나? 하지만 지금 우리 모임에서 심폐소생술 의무화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감정 학대라는 소견도 나와 있다고 하는데?

민 대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진술조사를 했다. 그래서 그 순간에 감정학대를 했다고 소견서도 나와 있다. 그럼 아이의 학대 부분을 조사해야하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됐다. 이해할 수 없다.”

-언론에 보도 자료를 많이 보냈다고 들었다.

민 대표 “저희가 이런 사건을 어떻게든 알리려고 여러 방면으로 뛰어 다녔다. 집회도 하고 기자 회견도 했다. 여러 큰 방송사에서 촬영도 하고, 취재도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작 방송되는 경우가 극히 적었다.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나현이의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

【Copyrights ⓒ어린이안전신문 기사제보 & 보도자료 allcs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