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해보셨나요? 경찰은 환자 편이 아니더라고요.”

“병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해보셨나요? 경찰은 환자 편이 아니더라고요.” <국내 최고의 의료소비자 권익 보호 단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 2015.09.10 12:03 입력

김재용 기자 sonagi30@hanmail.net

[세상 그리기_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1914068.jpg"></td></tr></tbody></table> 환자단체연합회의 안기종 대표를 만나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안 대표는 상담 전화에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와 상담에 한창이었다. “아,네네. 이거 죄송합니다. 보건소나 복지부에서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환자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민원이 있는데, 우리가 상담을 해주거든요. 해결을 못 해주더라도 심정적으로 억울함은 해소해주어야 합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시환자옴부즈맨 프로젝트를 맡아서 올해 1월부터 환자고충콜센터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해 불만이 있거나 애로사항을 겪은 환자들이 전화해 고충을 상담 받는 곳이다. 서울시가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불만 해소와 권리 보호를 위해 지자체 최초로 시행 중이다. 대방동에 위치한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하루 1~2시간씩 전화상담을 담당한다. 그런데 환자고충콜센터라는 것이 최초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의료법에 통달한 전문상담가가 아직 없다. “제가 바쁘지만 거의 저(안기종 대표)혼자서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도저히 해결이 될 수 없는 문제인데도 계속 하소연을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어금니 깨물고 참으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안타깝지요. 그런 문제는 보통 의료인의 행위가 비윤리적인데 불법은 아닌 문제입니다. 전문가가 보면 위법은 피한 문제이죠. 편법 정도, 그러나 비윤리적인 건 확실합니다. 때문에 피해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문제인 거죠. 어떻게 하겠나? 그럴 때는 소송해 봐야 백프로 집니다.” 한 참을 전화하던 안 대표는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내게 말했다. “기자님 아니면 몇 시간은 더 통화를 했을 겁니다. 보통 몇 시간 정도는 들어주거든요” 병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은 어디 하소연할 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 기관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들이 찾는 건 안기종 대표이다. 안 대표는 70년생 올해 46세이다. 환자권리운동 10년을 하면서 의료법에도 통달했다. 안 대표의 아내는 2001년도에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건강했던 아내였다. 아내의 병이 워낙 악화되어 골수이식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망감에 쌓여 있던 부부에게 기적처럼 구세주가 왔다. 그 무렵인 1999년,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백혈병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신약의 이름을 글리벡으로 지었다. 2001년도에 국내에도 들어왔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엄청난 가격이 문제였다. 당시에는 보험도 안 되었기에, 한 달에 3백만 원 가량 하는 약값을 당시 고시생 신분이었던 안 대표가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2174893.jpg"></td></tr></tbody></table> 변호사가 되고 싶던 고시생, 환자를 위해 변호하다 안 대표의 아버지는 고향에서 사슴농장을 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식품 가공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애초에는 대학을 식품가공학과에 진학했다. 휴학을 하고 경비교도대로 입대했다. (경비교도대는 복무기간 동안 구치소, 교도소 등에서 군 복무를 하는 부대이다. ) 교도대에 차출되어서 교도소 교도관으로 복무를 하게 됐다. 그 유명한 청송교도소에 배치받았다. 그 곳에서 숱한 변호사를 접하면서 변호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변호사들이 일반인들은 하기 어려운 재소자 접견을 마음껏 하는 것을 보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법조인에게는 가능하다는 것. 법조인의 힘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그 힘으로 남을 돕는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원래 학창시절에도 변호사에 관심이 있기는 해서 고민하지 않고 제대하자마자 법대로 편입학을 했습니다.” 편입을 한 후 만 2년 공부하고 1차 시험을 봤는데, 한 문제로 떨어졌다. 근데 그때 3문제 정도가 출제오류 논쟁이 있었다. 그래서 수험자 3명과 함께 불합격취소 소송을 하자고 했다. 20명을 더 모아서 소송을 진행했고 덕분에 81명이 구제받은 일도 있다. 힘들긴 힘들어도 보람이 있었다. 안 대표는 자신이 공적 피해를 입을 사람을 구제해주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법대 들어가기 전에 결혼을 했다. 고시 준비 처음 3년 동안 1차를 합격했는데, 그 이후 2차를 네 번 군법무관 2차 시험을 1번해서 총 5번 시험을 봤다. 그렇게 고시생으로 있던 기간은 8년이었다. 2차에서 계속 합격하지 못하고니까 지치고 힘든 시간이었는데, 아내까지 덜컥 백혈병에 걸리자 그 절망감으로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하지만 천운이 왔다. 국내에 도입되기 전 글리벡 임상 실험에 아내가 참가해 무료로 복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아내는 지금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2002년도에 한국백혈병환우회가 만들어졌는데, 상근자가 없다며 안 대표에게 사무국장 활동을 좀 해달라고 권유했다. 안 대표는 당시 아내의 일로 백혈병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단체 활동가들의 힘으로 아내가 글리벡을 무료로 복용하고 있었기에 고마움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 많이 고민하지 않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한 2년 정도 활동을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꿈이었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변호사 못지 않게 의미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단체에서는 골수이식 혈소판 문제와, 진료비 부당청구 문제, 두 가지 의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백혈병 환자들이 골수이식을 받으려면 자신의 혈소판를 기증해줄 수 있는 건강한 사20명 정도의 명단이 있어야 했다. 골수이식 날짜가 잡혀도 그 20명의 명단을 제출하지 못하면 이식을 못하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20명의 건강한 혈소판을 구하기가 어디 쉽습니까? 주위에 거의 1000명 정도 되는 2,30대의 젊은 사람이 있어야 구하는 문제입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처음에는 환자들이 너무 답답한 것입니다. 환자 간병하기도 어려운데 환자보고 직접 혈소판을 구해오라고 하니 기가막힐 수 밖에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혈소판을 개인이 구하도록 하지 말고, 국가에서 구해주도록 하자는 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환자들하고 국가인권위에 들어갔어요. 법규정이라던가 제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간 것입니다. 환자 보호자 20명 정도와 함께 들어가서 인권위 사무실 바닥에 그냥 드러누웠습니다. (웃음) 5일 정도 그렇게 농성을 하니 문제가 해결됐더군요. ” 이 같은 백혈병환우회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지금은 적십자 버스에서 하는 혈소판 헌혈 기증으로 얻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 백혈병 진료비의 문제가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 백혈병 환자의 절반이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병원의 진료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두 배가 비쌌다. 안 대표는 다른 병원에 비해 이렇게 비싼 이유를 알아봤더니, 다른 병원보다 보험공단에서 받는 비용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 돈으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하고 당국으로부터 돈을 더 받는 대형병원의 행태는 너무 부당했다. 이건 가뜩이나 어려운 환자들을 더욱 더 사지로 내모는 거였다. 결국 백혈병환우회의 노력으로 여의도성모병원에 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당시에 대표적인 우리 활동이 이 두 가지였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보다 정책이나 법규를 바꾸면 수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2636365.jpg">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 내부 모습. </td></tr></tbody></table> “환자가 겪은 어려움을 전하는 활동가가 되세요” 환자단체연합회 활동의 특징은 현장 속에서 활동가들이 경험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러 가는 것이다. 언젠가 SBS방송국의 최효안 기자가 안 대표에게 아젠다세일즈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적이 있다. 안 대표는 다국적 제약자의 항암제 약값이 너무 비싼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가 약값을 비싸게 받으려고 행한 일련의 행태를 알고 너무 분노했다. 예를 들어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의 폐암 치료제인 젤코리의 한 달 약값만 1000만 원에 육박했다. 1캡슐의 약값은 16만원 정도하는데, 환자들은 이 약을 하루 두 캡슐 정도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단체엽합회 등의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노력으로 다행히 올해 1월부터는 보험이 적용되 환자의 부담이 크게 경감되었다) 당시 그 문제로 시위를 하던 안 대표는 취재를 하러 몰려든 기자들에게 거세게 호소를 했는데, 최효안 기자가 차분히 그에게 말하기를 “불법을 행한 것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문제를 해결 못합니다. 제약사의 이윤추구적인 행태를 역이용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입니다. 환자들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잘 듣고 정부와 대중에 전하세요. 환자들의 스토리를 기자들에게 가져오면 기사가 되는 것이고, 국회에 가져가면 법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에 가져다주면 정책이 되고요.” 그렇게 말하면서 안 대표에게 아젠다세일즈맨일 되라고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최 기자의 그 말을 계기로 우리 단체는 현장을 중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벗어난 의제 설정은 죽은 의제,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현장 즉 환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직접 겪어봐야 실효성있고 진정성 있는 의제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환자고충콜센터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를 보며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본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제가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안 대표는 환자 권익보호 분야의 사회적 이슈메이커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엄정한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는 얘기다.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되거든요. 냉철하게 정책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백혈병환우회? 환자단체연합회? 환자단체엽합회는 2010년에 만들어졌다. 백혈병환우회 활동을 하면서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는다. 환우회 이외에 백혈병환자권익 단체들이 몇몇 있기는 했는데, 규모가 워낙 작고 힘이 없어서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니 백혈병환우회의 목소리조차도 귀담아 들리지 않았던 것. 그래서 환자단체연합회를 만들게 되었다. 2010년도에 창립했다. 기존에 우리나라에는 1400여개 정도의 크고 작은 환자권익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했다. 그래서 조직이 있고 명확한 정관이 있고 활동가가 있는 단체만 연합회에서 함께 하자는 뜻을 모으면서 그가 대표를 맡게 되었다. 조만간 3개 단체가 더 참여해서 10여개 단체가 연합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온라인 언론매체인 환자리포트를 발행하고 의료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고발하는 환자 샤우팅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올해로 16회를 마쳤다. 또한 의료민원 상담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곧 환자중심의 보건의료 제도, 정책, 법률을 개발하는 씽크탱크 ‘환자정책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개소하면 의약분업, 만성관리관리제, 성분명처방, 처방전리필제, 간호인력개편, 의료수가 등 현재 의료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각종 보건 의료제도를 환자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국에는 수십개 수백개의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여성복지관, 청소년복지관이 있는데 중증질환자들의 투병을 지원하는 복지관은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환자복지관인 ‘환자행복마을’설립위해 본격적으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table width="449"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449"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3037047.png"></td></tr></tbody></table> 스트레스는 영화를 보거나 고향 사슴농장에서 일하면서 풀어요 환자단체엽합회에서 안 대표의 역할과 가치는 ‘안기종의 경험’에 있는 것 같다고 안 대표는 말한다. 청송교도소에 있으면서 변호사들을 보고, 그리고 고시공부를 하면서 법공부를 하고, 아내 때문에 환자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자산 말이다. 법률 제정을 촉구하거나 대안을 만들 때에도 자산 덕분에 그가 다 직접 만든다. 그건 꽤 좋은 장점이다. 그래서 활동을 추진력있고 자신있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제가 글쓰기에 전문가는 아닙니다. 다만, 칼럼 하나를 쓰더라도 너무 법률용어만 나열하는 식의 딱딱함을 지양하고 ,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쓰려고 노력해요. 그렇기에 필력은 좀 부족해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제 글을 보고 기사체 양식과 맞지 않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나요? 글을 본 사람이 감동을 받고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은 기사인 것 아닐까요?” 안 대표가 처음에 신문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 2008년도에 백혈병을 소재로 한 두 개의 상반된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중 한 드라마에서 백혈병과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안 대표는 그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환자단체엽회의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작성했다. 그것을 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 내용을 우리가 편집을 할 테니 사진을 좀 넣어서 오마이뉴스에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올린 기사는 8만 명이 조회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여기저기서 연락도 오곤 했다. 그때 언론매체의 힘을 절감하면서 그는 많은 자극을 받게 된다. “그동안은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면서 환자단체연합을 알렸지만, 우리 단체는 대중적으로 낯선 곳이었어요. 소수의 아는 사람들도 격한 싸움이나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매체에 올린 기사 하나로 우리 단체와 저는 대중적으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 정식으로 글쓰기 수업도 듣고 종종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면서 직접 환자리포트라는 온라인 언론매체를 만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에서 칼럼을 하나 맡아서 써 달라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좀 편하게 내가 쓰고 싶은 걸 좀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석사 박사학위는 없어요. 그래서 주위에서는 공부를 더 하라고 하는데, 저는 공부를 더할 생각은 없어요. ‘요식행위를 거쳐서 얻는’ 학위라는 것을 얻는 것보다 차라리 살아 숨쉬는 현장의 이야기를 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안 대표는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이제는 캠페인하는 시대입니다. 머리띠 매고 악다구니 쓰는 시대가 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대중운동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운동방식을 개발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안기종의 NGO활동가 만들기’ 같은 것을 만들어서 앞으로 교육 운동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사는 시민단체의 일이니 스트레스가 많이 생긴다. “그럴 때는 혼자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집에서 못 본 영화나 미드를 봅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안 풀리면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고요. 그래도 슬럼프가 쌓이면 등산을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아버지가 고향에서 사슴농장을 하는데, 내려가서 한 3,4일 정도 일을 도와드려요. 그러면 마음이 안정이 되죠. 사슴농장이니 힐링이 되겠다고요? 아버지가 엄청 빡세게 막노동을 시킵니다. (웃음) 일단 원칙은 슬럼프가 오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그날 푸는 것이 원칙이에요.” <table width="4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4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3651365.jpg"></td></tr></tbody></table> “괴로워서 3일 동안 잠도 못 잤습니다” 종종 악플을 다는 의사들도 있기는 하다. “언젠가 제 생일이라고 축하해 놓은 페이스북에 의사 30~40명이 악플을 다 달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불필요한 질문을 계속 해서 업무를 방해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들 중에서 막장으로 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받아들이더라고요. 역시 의사들이 엘리트는 엘리트인 것 같아요.” 그런 건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안 대표는 자신의 활동이 오해받고 왜곡되는 일이 있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예전에 여의도성모병원의 고액지료비 문제로 병원 측과 싸울 때였다. 기자들이 병원의 의사들을 만났다. 의사들은이 기자들에게 ‘앞으로 두고봐라, 안기종이 때문에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못 받아서 앞으로 백혈병 환자들이 줄줄이 죽어 나갈 거다. 그럼 다 안기종 사무국장의 책임이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괴로워서 3일 동안 잠도 못 잤습니다. 정말 진정성있는 저의 활동을 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과 그렇게 말하면 환자들이 의사의 말을 믿고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요. 환자들이 저와 환자단체연합회를 오해하고 원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근데 그 이후 그를 원망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고맙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 대표는 “환자들은 결코 그런 억측과 왜곡에 쉽게 넘어갈 수 있을만큼 어리석은 분들이 아니라는 것”과, “역시 환자단체연합의 활동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진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 생기니 우리 활동의 진정성을 환자들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현재 우리 환자들이 그만큼 정부와 기득권 집단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 대표는 최근에 어느 한의사에게 고소를 당했다. 그가 직접 고소를 당해본 건 처음이다. 이 분야의 불문율이 ‘의사들은 환자단체 대표를 고소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의사로부터 고소를 당해보니 그는 기분도 나쁘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직접 고소를 당해보니 번거롭고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면서 더욱 뚜렷하게 느낀 게 있다. 일반 환자들이 의료사고를 당한 후 문제제기를 했다가 병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회단체 대표인 자신도 이렇게 힘든 데 그럴 때 환자 한 개인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싶은 생각이다. “고소를 당해보니 경찰은 환자 편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할 때는, 상근자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이다. 지금 환자단체연합회에서 일하는 상근자들 4명 중에서 3명은 백혈병 환자이다. “우리 단체 활동가들은 위문, 조문을 가지 않습니다. 단체활동가들은 모두 환자들인데요. 그래서 큰 일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일일이 가면 업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서로 무언의 약속을 한 것이죠. 그런데 정말 중요한 일을 하던 활동가가 위독해서 한 번 가게 되었어요. 중환자실에 가니 그 모습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손석희 앵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현재 환자단체엽합회에서는 지난 8월에 개최된 16회 환사샤우팅카페에 등장해 의료인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용기있게 밝힌 민서 양의 고발을 계기로 진료빙자성추행방지법 제정 운동을 하고 있다. 만약, 의사의 성추행범죄사실이 입증되면 해당 의사는 10년 이상의 자격 정지를 당할 수 있다는 현행 법규는 존재한다. 이번에 민서 양에게 고발당한 의료인은 나이가 40이 되어서 한의사자격증을 얻은 사람이라고 한다. 늦은 나이에 의료인을 하는 만큼 10년의 자격정지를 받으면 의료행위를 다시 하기 힘들어진다. 판사도 그 부분을 참조해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이를 보는 안 대표의 마음은 매우 안타깝다. “피해자가 명백한 마당에, 왜 판사가 의료인의 기득권을 배려해주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모두 유죄였는데 그것만 유독 무죄였습니다. 피해자는 큰 고통 속에 놓여 있는데 무죄라니요.” 그렇다고 해서 안 대표가 사후 처벌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성추행 범행이 발생되면 의료인에게도 꽤 부담이 될 수 있는 문제니만큼 사후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전에 고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진료빙자성추행방지법을 언급하니 의료계에서 ‘빙자’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빙자’만큼 적절하게 표현한 단어가 없는 만큼 우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이미 전문가 100명에게 자문도 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어요. 앞으로 우리가 종현이법 못지 않게 속도감있게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에 법제정은 꼭 성사시킬 것입니다. 제가 별명이 또 하나 있는데 ‘총대 맨 안기종’이에요. (웃음) ” 환자단체는 환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1500여명의 회원들이 매달 소액(3,000원에서 십만 5천원까지)의 후원(월 1천 5백만원 가량)을 하고 그 비용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임대료, 상근자들 급여, 식대 등. 환자단체 중에서 재정적 자립을 하는 단체는 백혈병환우회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자체 등에서 공모사업을 따내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 후원은 없다. 기업 후원을 받지 않는 이유는 후원 주기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제가 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삭감하는 것이 사회후원비다. 따라서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지기 때문이다. “저희는 매달 진성회원들로 운영하기 때문에 큰 금액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안 대표는 개인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손석희 앵커를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 서울시와 함께 일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박 시장은 자주 보지만, 손석희 씨는 한양대 다닐 때 교양과목 강사로 온 그를 한 번 본적이 있다고 한다. “저도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만 꾸면서 살고 있습니다. (웃음)” <table width="56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6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418553891847.jpg"></td></tr></tbody></table> 안기종이 말하는_‘진정으로 안전한 병원이란?’ Q. 큰 병원이 작은 병원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그런가? 안기종: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큰 병원에는 환자 안전을 담당하는 상근인력이 있기는 하다. 주로 베태랑 간호사이다. 그리고 200평 이상은 감염관리위원회도 만들어야 한다는 법적 규정도 있다보니 안전에 관련된 인력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의 메르스 사태 보도를 모두 보았듯이 이게 완전할 수는 없는 거다. 반대로 생각하면 작은 병원이라도 의사와 간호사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고 제대로 준비한다면, 작은 병원도 얼마든지 안전할 수 있다. 실제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이게 사실로 입증됐다.“ Q. 의사들의 윤리적 책임의식이 적다는 사회적 비판도 있다. 의사계에서는 그 원인을 의료인력의 부족으로 보고, 인력 부족은 건보수가(건강보험 수가)가 낮기 때문이라고 항변하는데? 안기종: “사실 의료계의 모든 문제는 건보수가를 높이는데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나도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력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인력을 늘리려면 건보수가를 높여야 하는 건 맞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급여를 줄이든지 이윤투자를 줄이고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원래 환자 안전에 관련된 시스템은, 비용이 있던 없던 병원에서는 의무적으로,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 우리 의료계는 영리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 병원 건물을 크게 짓는다거나 값비싼 의료장비를 갖추는 데만 돈을 들인다. 그래서 안전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지 않고 진료비만 높이려고 한다. 그런 시스템으로 안전이 구멍 나면 그때는 또 돈이 없으니 지원을 해달라며 정부에 손을 내민다. 하지만 안전 매뉴얼을 지키는 데는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돈이 없어서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예전에 택시업계에서는 택시요금을 올려주면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합승 안하고 과속 안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올려주었더니 처음에는 반짝 좋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니 결국 같은 문제가 또 생기고 있다. 이와 같지 않을까? 적어도 병원에서는 의료수가 문제만 지적하지 말고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소비자인 우리 국민들이 이런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병원의 갑질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Copyrights ⓒ매거진 피플안전 기사제보 & 보도자료 <a href="mailto:allcsn@naver.com">allcsn@naver.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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