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건설 현장’, 건설 노동자들 “그늘막 없이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찜통더위 속 건설 현장’, 건설 노동자들 “그늘막 없이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2016.07.21 17:16 입력

김재용 기자 sonagi30@hanmail.net

폭염피해 예방 매뉴얼 있으나 마나, 아이스팩 조끼도 입기 어려워 국민안전처, 잦은 휴식 권고했지만 현장선 "일 안 줄까봐 덥다고 불평도 못해" <table width="6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5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690889499190.jpg"> 폭염 속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어느 인부는 "마치 폭염 지옥에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td></tr></tbody></table> 19일 오전 11시. 국민안전처가 서울과 의왕, 하남 이천, 여주 등 경기도 4개 지역에 오전 11시를 기해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국민안전처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노약자 야외활동 자제를 비롯한 충분한 물섭취,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국민안전처가 폭염피해를 막기 위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배포 하고 있으나 적지 않은 경기지역 건설현장들이 해당 매뉴얼의 행동요령을 지키지 않고 있어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 건설현장은 폭염 피해 예방 매뉴얼은 물론 기본 안전수칙까지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이 실태이다. 도내 30개 시·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1시께 수원의 한 신축공사 현장. 무방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이곳의 기온은 33℃를 기록하고 있었다. 햇볕을 피할 그늘 한 점 없는 현장에서 장시간 크레인 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는 매뉴얼상 착용해야 하는 아이스팩 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곳 공사 관계자는 “아이스팩 조끼를 인부들에게 나눠줘도 작업에 불편하기 때문에 한 번 입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무실에 두고 알아서 입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인부는 “아이스팩 조끼를 달라도 해도 물량 부족으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후 2시께 의왕의 한 신축현장. 바람 한 점 없는 햇볕 아래에서 인부 10여명이 작업중이었다. 33℃를 기록하고 있는 더위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매뉴얼에 명시된 방열막을 설치하지 않은데다 현장사무소 외 별도의 휴게공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공간임에도 그늘막이 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다보니 인부들은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 철근를 나르고 있는 한 인부는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팔 차림에 작업하는 모습도 목격돼 안전 사고의 우려가 컸다. 이곳 공사 관계자는 “국민안전처 매뉴얼대로 잦은 휴식을 취한다면 작업시간이 줄어들어 공기 내 준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690892768098.jpg"> 사진/안전뉴스 데이터베이스</td></tr></tbody></table> 이날 오후 4시께 여주의 한 다가구주택 신축 현장. 이곳의 기온은 33℃였다. 그냥 서 있기만 한 기자의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이 곳 역시 매뉴얼에 명시된 차단막과 방열막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별도의 휴게실은 보이지 않았다. 40여 명의 인부들 중 대다수는 안전모 대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챙모자를 쓰고 작업중이었다. 회사에서 별도로 염분을 제공해주지도 않았다. 기자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자 공사현장 관계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은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염분을 섭취하거나 아이스팩 조끼를 구입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고 말하며 “폭염이 더 심해질 경우 오전 7시부터 시작하던 작업시간을 2시간 앞당길 수 있다. 안전모 착용 등 안전수칙이 준수되도록 교육하겠다”고 해명했다. 노동자 김모(52)씨는 “너무 더워 쓰러질 것 같다. 그래도 일을 한 하면 여름에는 그냥 굶어야 하지 않겠나?” 라며 “잠깐 휴식할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는 낡은 선풍기가 한 대 있을 뿐이다. 덥다고 불평하면 다음에는 일을 주지 않을 것이다. 견딜 수 밖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 공사장 관계자는 “국민안전처의 매뉴얼을 100% 지키고 있는 공사현장은 도내는 물론, 국내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는 공기가 미뤄지면 그만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만약 폭염을 피해 낮에 작업하지 않고 야간 작업을 하면 일당이 2배로 오르다보니 비용부담 때문에 대낮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현장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우리 공사 현장의 부조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 현장의 안전 개선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한국산업간호협회의 정혜선 회장은 “온도가 높아지면 외부에서의 일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공사 현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라며 “어쩔수 없다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유연성있게 변경해주고,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그늘막을 반드시 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물이라도 수시로 마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더위로 인해 탈진이 생기는 사람을 위해 반드시 응급의료체계와 연계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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