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프니까, 나도 아팠어” [상업적 동물원과 동물쇼에 반대하는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

“네가 아프니까, 나도 아팠어” [상업적 동물원과 동물쇼에 반대하는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 2015.06.22 11:13 입력

“동물을 함부로 학대하는 사회 속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을 윤리적으로 만들 수 없잖아요? 지금 우리 세대가 만들어줘야 이제 미래세대가 좀 더 좋고 윤리적인 사회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책임감 때문에 지금 우리가 노력해서 뭔가를 만들어줘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살아있을 때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서로 배려해야 합니다.” <table width="68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8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3258596.jpg"> 전채은 대표가 자신의 저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td></tr></tbody></table> ‘동물을 위한 행동’(아래 동물행동 <a href="http://www.afa.or.kr">www.afa.or.kr</a>)의 전채은 대표(45)는 갸날픈 외모의 조용한 성격이었다. 동물행동의 대표이자 동물실천협회에서(CARE:국내의 대표적 반려동물보호단체) 박소연 대표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 동물행동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의 용산이 아니라 CARE의 사무실이 있는 안국동으로 갔다. CARE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동물원 동물의 현황 보고서 제작 신당역 동물체험관 폐쇄에 결정적인 기여하고 ‘꽃마차 말 학대 사건‘의 깜돌이 구출에 힘써 전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하고, 7세기 고구려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전공과는 달리 동물행동을 만든 건 순전히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라고 말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잠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는 2002년도 무렵에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해서 활동을 했다. 사실 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하기 전에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마땅히 활동할만한 동물보호단체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그가 본 동물보호운동은 살짝 과격한 느낌이었다. 개고기 반대운동처럼 다소 선정적인 부분에서만 이슈가 되고 있었다. 그는 “포괄적이고 일상적인 동물보호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도 동물복지를 다루는 분과가 있었는데 거기서 활동하면서 동물원 문제를 다루었다. “사람이 처음에 어디에 발을 들여 놓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환경운동연합에서 동물 문제를 다루면서 아예 동물원 문제, 야생동물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동물 이슈가 몇 가지 있는데 서로 중첩되는 부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야생동물 문제에 관심도가 좀 적었어요. 그래도 저라도 그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다양성을 위해서입니다. 어떤 한정된 예산에서 사업을 집행할 때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습니다.” CARE의 박소연 대표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서 2005년부터 CARE에 참여했다. 동물행동은 전 대표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인력이나 재정면에서 어렵다보니 힘을 모으기 위해 CARE 같이 활동하게 된 것이다. 전 대표는 CARE와 늘 함께 일한다.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전문적인 동물보호 단체가 활성화되어 있고, 동물원 혹은 야생 동물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가 있다. RSPCA(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전국에 172개의 지부가 있으며 50개의 동물입양센터, 40여개의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감시관 300여명을 포함해, 1,600명의 직업적 활동가들이 있다. 정부지원금은 전혀 없이 순수 시민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1년 예산만도 대략 2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아직도 국내의 동물보호단체는 대체로 작고 열악하다. 그는 CARE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동물원 문제와 동물 쇼 반대운동의 전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을 설립했다. 그는 동물보호운동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서 동물원 동물 보호 분야로 눈길을 주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깃발을 꽂아주어야 누군가가 또 동력을 이어갈 테니까. 그래야 차후에라도 본인이 없을 때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이 오면 운동을 하기가 더 편해지리라는 생각에서다. ‘동물행동’은 2013년 동물보호단체로는 최초로 전국의 동물원을 현장 조사한 ‘한국동물원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서울 신당역에 있는 동물체험관의 비인도적인 운영을 비판했다. 아이들의 장난스런 손길이 정작 동물들에게는 엄청난 공포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체험관의 문을 닫는 데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쇼를 위해 원숭이를 교육시키는 원숭이학교를 향해서도 계속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경북 경주에서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이른바 '꽃마차 말 학대' 사건에서 학대받은 말 '깜돌이'를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함께 구출하기도 했다. 창설 된지 얼마 안됐지만 ‘동물행동’는 현재 국내 동물보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보호단체로 평가되고 있다. 꾸준히 인간에 의해 오락과 전시용으로 이용되고 사육되는 야생동물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4667120.jpg"></td></tr></tbody></table>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4863129.jpg"> 동물사랑실천협가 학대 받는 동물을 구출하고 있다. 전채은 대표는 이 협회의 공동대표로도 일하고 있다. 사진/동물사랑실천협회</td></tr></tbody></table>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사변적인 아버지의 성격 닮아 책을 좋아하고 조용하지만 강단있는 성격 뚝심 있고 거침없는 활동을 이끌고 있는 전채은 대표는 실제로는 몸집이 아주 작고 매우 조용한 성격의 여성이다. 그녀는 1971년에 서울 기자촌에서 태어났다. 1969년에 기자들이 거주하는 동네로 조성되어 ‘기자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곳이다. 전 대표의 아버지가 동아일보 기자였다.  전 대표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사변적이고 독서를 좋아했다. 자녀들(전 대표와 그의 오빠)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 좋은 직장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교육시켰다. “그런 게 영향이 많았어요, 오빠는 공부를 아주 잘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명 등에 오르내리고 할 정도였고 사람들이 ‘의대나 법대를 가야한다’고 했는데, 오빠는 철학과를 갔어요. 거기에 대해서도 부모님이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 동물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가정환경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오빠는 지금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 대표는 어린 시절 성격은 굉장히 조용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던 것 같아요. 특히 활자중독이었어요. 항상 책을 끼고 살았죠.”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혼자 책 읽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단다. 집에서 책을 읽느라고 인기척이 없었는데 그녀가 문득 어디 집을 나가서 혹시 유괴된 것이 아닌지 할머니가 동네방네 마음 졸이며 찾아다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어린 시절 집에 동물이 많았던 건 아니다. 그의 기억으로 집에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씩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동물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집 문을 열어 놓으면 고양이가 외출해서 실컷 놀다가 집에 오면 아버지 무릎에 살포시 앉아서 잠이 들었다. 이 고양이는 집 곳곳에 설치해 두었던 쥐약을 먹고 그만 일찍 죽었다. 집 마당에 있던 은행나무에 고이 묻어준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어렸을 때 꿈은 특별히 없었다. “저는 조용하고 항상 혼자 다니고 해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말을 다르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하는 걸 어린시절 친구들이 알고 나서 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 별로 평범하지 않았나 봐요. (웃음)” 친구들은 강단 있어 보였던 친구로 그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갔다. 대학생이면 유행처럼 한번쯤은 하던 학생운동을 그는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난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계급투쟁성격의 학생운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가난한 환경이 아닌데도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려한다는 건 좀 위선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면 난 노동운동을 할 자격은 안 된고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사회운동은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인 것 같아요.” 여기서 잠시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 전채은 대표의 본명은 사실 전경옥이다. 몇 년 전에 전채은으로 개명을 했다. “이건 좀 웃기는 얘기지만, 그 이름이 장수하지 못한다고 나왔어요. (웃음) 어느 날 점을 보러 갔는데 병이 많고 고생을 많이 하는 이름이라고 하는 거에요. 어차피 내 일은 고생이지만, 기왕이면 건강하게 하면 좋잖아요? (웃음) ” 참고로 요새는 수수료 20~30만원만 지불하면 법무사에서 다 알아서 대행해 준다. 혹 개명할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참고 하시길.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6552364.jpg"></td></tr></tbody></table> 권력투쟁에만 매몰된 국내 사회운동에 비판적 정치권력만 바라보지 말고 내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실질적인 일을 하자’ 전 대표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사설 학원에서 잠시 생계를 위해 사회탐구 과목 강사로 일을 했다. “돈 때문에 한 거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았어요. 학원의 심한 영리적 시스템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결국 그만두었지만요.” 오래하지 않고 그만두었지만 학원교사를 하면서 대중친화적인 언어를 배웠던 것은 도움이 됐다. 학원을 그만두고 소위 진보정당에 당원으로 가입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들에 실망을 많이 느껴서 지금은 당원으로 있지 않다. 관념적인 운동은 현실에서는 도움이 안 됨에도 그들은 관념적인 이념 논쟁이나 권력투쟁에만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소위 신자유주의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신자유주의라는 건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실체 없는 상대를 대상으로 반대하고 싸우다보면 각론보다는 총론, 구체성보다는 추상적 이데오르기에 누가 더 충성하느냐하는 충성 경쟁으로 변질이 되죠. 즉 관념적인 이데오르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운동가이고, 나머지는 변질된 사람, 세상을 위한 진정성이 약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권력투쟁만 합니다. 이런 쓸데없는 활동을 사회개혁운동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자기들끼리 관념 논쟁을 할 시간이 있으면 정말 사회를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곳에는 오직 대통령만 욕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는 그 꼴이 싫었다. 이는 전 대표가 동물행동에 나서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와 마찬가지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동물쇼도 반대해야 한다. 일반인들이야 동물쇼를 좋아할 수 있지만. 동물쇼가 잘 못 됐다고 이론적으로 떠들기보다 동물쇼하는 업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런 곳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실천 활동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전 대표의 철학이다.  Q. 이 길에 들어선 이유가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A. 전채은: “사실 그렇다. 어느 날 동물이 내게 들어온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2001년도 어느 날, 아는 후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강아지를 자꾸 때려서 못 키우겠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늦은 밤 후배의 집으로 향했다. 후배 집에 도착하니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털을 깎은 적이 없는 듯 눈을 온통 가리고 여기저기 엉겨 있었다. 강아지가 말을 안 들어서 남편이 훈련을 시킨다며 때린다는 것이다. 후배는 남편이 때릴까봐 더는 이 개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런 말은 인간이 하는 가장 손쉬운 변명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강아지를 안고 그 집을 나왔다. 그 강아지에게 말했다. ‘너를 평생 책임지마, 약속할게.’ 개의 털을 깎기 위해 동물병원으로 가니 강아지가 후천적인 어떤 충격으로 한 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였다. 이름을 돌만이라고 지어주었다.” Q. 돌만이는 어떤 강아지였나? A. 전채은: “돌만이는 내가 이 일에 눈을 뜨도록 해준 존재이다. 함께 사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퇴근길에 집이 저만치서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거의 미친 듯이 뛰어 집으로 들어갔다. 돌아온 주인이 반가워서 방방 뛰었다. 나에게는 직업도 가족도 취미도 친구도 있지만 녀석에게는 나밖에 없었다. 내가 우울하면 돌만이도 우울했고 내가 기뻐하면 돌만이도 함께 뛰며 즐거워했다. 한번은 너무 슬픈 일이 있어 방 안에 누워 혼자 울고 있었다. 그때 돌만이가 내게 다가왔다. 얼굴을 보니 우울하고 슬픈 표정이었다. 돌만이는 그런 아이였다.” Q. 돌만이는 지금도 살아 있나? A. 전채은: “돌만이는 그 후 10년 정도 살다가 2012년 세상을 떠났다. 봄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거의 두 달 동안 입원과 퇴원, 통원치료를 반복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돌만이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돌만이가 더 이상 고통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락사는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도 큰 부담이다. 의사는 치료대 위에 올려놓으라고 했지만 나는 내 품에서 보내겠다고 했다. 돌만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 내 무릎 위에서.” Q. 돌만이를 안락사로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A. 전채은: “나는 삶과 생명을 사랑하는 만큼 삶의 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을 땐 행복하고 고통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이 왔을 때, 가능하다면 가장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Q.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비판받을 수 있지 않을까? A. 전채은 :“이상적인 생명 살리기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상은 핑크빛, 현실은 시궁창이다. 대한민국에서 동물보호운동가가 된다는 것은 그 시궁창 물을 뒤집어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동물의 대변자가 되는 것은 동물에 대해 많이 안다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어떠한 곤란함이 있더라도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도 함께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사랑 천사너로 인해 나는 알게 되었어/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매섭고 무서운 곳이고/잔혹한 세상/그래도 너는 그 혹한의 바람을 견디게 해주는/유일한 버팀목이었지/네가 없으면 나는 그 모멸과 고통을 견딜 이유가 없었거든/내가 쓰러지면 너를 돌봐줄 그 누구도 없으니까/나는 무조건 살아남아야 하고/네가 갈 때까지/네가 다시 천국으로 돌아갈 때/그 순간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으니까/   -전채은의 자작시 <돌만이-내 사랑 천사> 중에서.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5109393.jpg"></td></tr></tbody></table> <table width="4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4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5343564.jpg"></td></tr></tbody></table> Q. 인간에 대한 폭력과 동물 학대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는가? A. 전채은: “2010년 겨울 한 동물병원에서 제보가 있었다. 똑같은 상처를 입은 개들이 동네 주변에서 유기되어 시민들이 병원으로 데리고 온다는 것이었다. 개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이 거의 동일했다. 발톱이 빠져 있었고, 불로 그을린 자국이 어려 군데 있었다. 제보를 듣고 취재를 위해 방송국 취재진들과 함께 해당 병원을 찾았다. 동일한 상처를 입은 개들이 병원 주위에서 배회하고 있었다면 주변에 거주하는 동일한 사람이 동물을 학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국 팀과 우리는 주변을 돌며 목격자를 찾았다. 그러다 만난 이웃 한 분이 끔찍한 목격담을 털어놓았다. 반 지하에 살던 어떤 남자가 사는 방이 창문으로 어렴풋이 보이곤 했는데 한번은 밤에 퇴근해 들어오다 그 남자가 하는 행동이 보였다는 거다. 남자는 개 한 마리를 손에 쥐고 벽에 찧어 죽이고 있었고 그 광경을 옆에서 다른 개들이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목격자는 자신에게 보복이 가해질까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쓰레기통에서 죽은 개의 사체도 보았다고 말했다.” Q. 끔찍한 일이다. 범인은 잡혔는가? A. 전채은: “그 건물의 반 지하에는 여러 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방송국 팀과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남자를 붙잡았고 결국 범인은 자신이 한 행동을 모두 자백했다. 그는 인터넷과 청계천 등의 동물상가에서 싸게 동물을 구입한 후 개의 발톱을 뽑고 눈을 불로 그을리고 커터칼을 먹인 후 유기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총 여덟 마리의 개들을 학대하고 죽였다고 자백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Q. 폭력의 악마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A. 전채은: “더욱 무서운 건 그 사람의 외모나 행동이 전혀 특이하고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폭력성은 점차 심한 형태로 진화했다. 동물 학대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아동, 여성 그리고 동물 등의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행위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나라마다 동일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분노와 이에 대한 대처는 선진국일수록 강력하다. 그 이유는 문화적 성숙도와 관련되어 있다.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제도적 정서적으로 확고한 나라일수록 동물보호에도 엄격한 기준이 있다.” <table width="644"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44"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69437313769.jpg"> 사람들은 돌고래쇼를 보고 즐거워하지만 돌고래의 스트레스는 심하다고 한다. Reuters/Mike Blake</td></tr></tbody></table> Q. 선진국에서는 동물보호법이 엄격한다. A. 전채은: “그깟 동물들 학대했다고 감옥까지 가야 하나?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선진국 법이 ‘그렇다’고 답한다.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10년까지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동물보호도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폭력성과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퍼센트는 사람에 대한 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 연구는 남성 범죄자의 30퍼센트, 아동성추행의 30퍼센트, 가정폭력의 36퍼센트, 살인범의 46퍼센트에서 동물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동물에 대한 복수라기보다 내재된 폭력적 심리가 약자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 학대가 인간의 폭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모든 동물 학대가 범죄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범죄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동물 학대를 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강호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연쇄살인범의 학대 행위가 거의 대부분 동물 학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Q. 동물행동은 동물원 동물 보호 단체이다. 동물원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전채은: “개와 함께 살면서 한참 동물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2004년 서울대공원을 방문했다. 동물원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소풍 때가 처음이었다. 내 기억 속의 동물원은 냄새 나는 곳에 불과했다. 철창 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동물은 보기에 너무 불편한 장면이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찾다 동물원 조사 보고서를 쓴 시민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운동연합 동물복지모임 ‘하오’였다. 이 보고서인 <슬픈 동물원 보고서>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 이후 서울대공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민여론의 승리였다. 그 후 오랜 시간 동물원 동물에 대한 내 관심은 사그라지질 않았다. 우탄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가을이었다. 경기도의 한 동물원 낡은 창살에 매달려 있던 우탄이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TV 스타였다. 당시 <주주클럽>이라는 방송에서 우탄이는 한복이나 운동복을 입고 온갖 재롱을 부렸다. 우탄이는 오랑우탄으로 고등영장류에 속한다. 오랑우탄은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매우 흡사한 동물이다. 2009년 우탄이는 쇼를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었다. 은퇴한 우탄이는 그 이후 3년간 3평 남짓한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사육사들은 덩치가 크고 포악해진 우탄이를 아무도 제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쇼를 하고 은퇴를 하기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 사랑이 우탄이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건 분명하다. 우탄이는 악성 림프육종으로 2012년 6월 8일에 사망했다. 우탄이가 1997년생이고 오랑우탄이 4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점, 림프육종 등이 노년에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볼 때 종양이 발생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임이 분명하다. 우탄이는 내가 동물원 동물에 관심을 가지 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5528472.jpg">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는 서울대공원의 오랑우탄.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으로 2008년 서울대공원은 열린 주거 환경을 갖추었다. 이 과정에서 전채은 대표는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td></tr></tbody></table> Q. 활동을 하다 보면 고통스런 현장을 마주하기도 할 텐데. A. 전채은: "사람들 앞에서는 무덤덤한 척은 하지만 돌아서서 집에서 혼자 많이 운다. 처음 도축장에 다녀와선 쓰러질 정도로 술도 먹었다. 살 처분 현장에서 돼지들이 생매장 당하는 것을 보고 와서는 두 달간 거의 술만 먹었다. 깨어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웠다. 돼지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돼지들의 비명소리가 그렇게 큰지는 처음 알았다.) 도와주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다. 한동안 잠도 잘 못 자고 길거리 지나가다 혼자 울기도 했다. 결국 독하게 마음먹고 스스로 다스리며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심리적 고통 때문에 종교를 가지거나 명상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예전에 성당에 다녔었고 세례명(데레사)도 있지만, 성당에 간지도 오래되었고, 성향이 원래 종교적인 것과는 멀어서 지금 새삼스럽게 다시 성당에 가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가끔 묵주기도를 혼자 하기도 한다. 한번은 개 도살장을 가는데 나도 모르게 혼자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결국 가족과 친구들의 성원과 격려가 가장 힘이 된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 일은 못했을 거 같다. 음 가족들 이야기하면 지금도 뭉클하다. 미안한 마음은 이루 표현할 수도 없다. 남들 같으면 부모를 봉양해야 할 나이에 봉양은커녕 도움 받는 일이 더 많으니…." Q. 앞으로 평생 이 일을 할 것인가? A. 전채은: “그동안 많은 동물의 죽음을 보았고, 학대당하는 동물을 숱하게 보았다. 그들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나도 아팠다. 나는 내세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고통 받는 동물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억울하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들을 괴롭히고 죽였다고 한들, 죽어서 갈 지옥이 없다면 폭력의 희생자는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죽은 후 아무리 용서를 빈다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것이 나 같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유인 것 같다. 타자에 대한 공감의식과 일종의 부채의식, 우리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남겨줄 유산,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내 삶의 철학이다. 이 철학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금 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49396699479.jpg"></td></tr></tbody></table>  [Copyrights ⓒ어린이안전신문 기사제보 & 보도자료 <a href="mailto:allcsn@naver.com">allcsn@naver.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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