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복의 안전펀치] 왜 목격자들은 살인사건을 보고도 외면했나

[임경복의 안전펀치] 왜 목격자들은 살인사건을 보고도 외면했나: 2017.11.29 11:31 입력 | 2017.11.28 11:31 수정

임경복 기자 inews024@gmail.com

<div style="text-align: justify;"><font color="#000000" size="3"><br></font></div><div style="text-align: justify;"><br></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1963년 3월 금요일 새벽 미국 뉴욕 주택가에서 한 젊은 여성이 강도의 칼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 바로 ‘방관자효과’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table width="667"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67"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5118363391333.jpg"><br><br>제노비스와 그녀가 살해당한 골목의 모습. 사진출처/위키백과. </td></tr></tbody></table><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이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범죄였다. 범인인 윈스턴 모즐리는 가족이 있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여자를 죽이고 싶어서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키티 제노비스를 살해했다.  그는 칼에 찔려 죽어가는 그녀를 강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강간살인사건으로 취급되다가 2주 후에 뉴욕타임스가 이 사건을 크게 다루면서 미국 전역에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기사의 내용 때문이었는데 제목은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였다. </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그녀가 30분 동안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가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그녀를 목격한 38명은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목격자가 38명까지는 아니었고, 당시 목격한 사람들도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차가운 사회’ ,‘ 무감각한 시민정신’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지금까지 주목받고 있으며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었다.</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여기서 비롯된 방관자효과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방관자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대도시에서 주변의 고통에 무관심하는 것이 불가피한 삶의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책임감 분산이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에 자신은 방관한다는 것이다. 이 심리들을 종합해 보면 결과적으로 괜히 도움을 준다고 나섰다가는 자신이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방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도 종종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전에도 광주 길거리에서 중년의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살인을 당하는 과정을 목격하고도 몇몇 사람들이 구조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건이 있었다. 그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이 당연히 목격자들을 비판할 줄 알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괜히 도움을 주다가 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현실이 문제”라며 목격자들을 옹호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방관자효과이다. </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는 ‘선한 사마리아법’이 시행중이다. 선한 사마리아법이란 응급 사항에 처한 환자를 도울 목적으로 행한 응급처치 등이 본의 아니게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거나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사상의 책임을 감면해 주는 법률상 면책을 일컫는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선한 사마리아 법이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공적 공무를 행하는 공무원들이 타인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다가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피해보상의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그 공무원 개인이 져야한다. 법적으로 국가의 책임여부를  가려야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고,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민사상 개인이 보상해야한다고 판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이 공무원들의 방관자효과를 키운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어 왔다. </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그런데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의 소병훈 의원이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소방공무원이 소방활동, 소방지원활동 및 생활안전활동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피고를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지자체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방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그때가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br></span></div><div style="text-align: justify;"><span style="color: rgb(0, 0, 0); font-size: medium;">이번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우리사회의 방관자효과를 깨드릴 첫 신호탄이 될지는 두고봐야 하겠다. 이런 법이 소방공무원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퍼져야하는 과제도 있지만, 의미있는 신호탄임은 분명해 보인다. </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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