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읽어주는 조선왕조실록_[세조 4년(1458) 10월 8일'세자에게 10개조의 훈사와 서문을 지어주다]

편집장이 읽어주는 조선왕조실록_[세조 4년(1458) 10월 8일'세자에게 10개조의 훈사와 서문을 지어주다]: 2015.06.11 11:20 입력

임경복 기자 inews024@gmail.com

[편집장이 읽어주는 조선왕조실록] 세조 4년(1458) 10월 8일 '상이 세자에게 10개조의 훈사와 서문을 지어주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39971165185.jpg"> 귀래정은 조선 세조 2년(1456년)에 신말주(1429~1505)가 지은 것으로 그의 호를 따 귀래정이라 하였다. 신말주는 신숙주의 동생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벼슬을 버리고 순창으로 낙향하여 이 정자를 세우게 된 것이다. 그 후 다시 중앙 정계로 진출할 때까지 신말주는 이 정자에서 시를 짓고 자연을 벗삼으며 지냈다고 한다. 정자에는 서거정이 지은 귀래정기와 강희맹의 시를 적은 액자가 남아 있다</td></tr></tbody></table> *훈사(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서 타이르는 말)*서문(맹세나 다짐하는 글) 세조가 세자에게 10개조의 ｢훈사｣를 지어 주었는데, 그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부모가 너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네가 장차 홀로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도 하늘도 애처롭게 여길 터이니, 마땅히 이 뜻을 받들어라. 오늘 아침에 네 어머니와 세상사를 논하다가 무고하게 모함을 당하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네 어머니는 ”모함하는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옳은 말씀이오. 공자님이 말씀하셨듯이, 다만 모함을 당한 사람을 용서해야 합니다“라고 하니, 네 어머니가 감탄하며 ”정말로 그렇습니다. 모름지기 이 뜻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마음속으로 감동하여, ‘나는 어려움을 당했으나, 너는 태평성세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사는 변하는 법인데, 만약 네가 나의 선례에 구애되어 융통성을 잃으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이에 간략하게 훈사를 지어서 너에게 주어, 평생 몸에 지니고 다니며 잊지 말도록 하여라.원문>御製《訓辭十章幷序》, 賜世子。 序曰: “父母爲汝思所以敎育之, 非一端也。 汝孤身將受付托, 人天所哀憐, 宜體此意。 今朝汝母與我論世事, 至於讒訴之可畏, 曰: ‘讒訴之人, 必受殃禍。’ 予曰: ‘善哉! 但恕被讒者耳, 孔子之意, 不過此也。’ 汝母歎曰: ‘猛同。 須知此意。’ 予卽感動于懷以爲, ‘予當屯, 而汝當泰。’ 事隨世變, 若汝局於吾迹而不知變通, 則所謂圓鑿而方枘矣。’ 是用略著訓辭付汝, 爲終身佩持之物, 汝須毋忘。 세조가 내린 첫 번째 훈사는늘 한결같은 덕을 지니도록 하여라. 배필을 소중히 여기고 대신들을 공경하며,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배를 멀리 하며, 동정은 반드시 살피고 주고받는 것은 반드시 숙고하라. 임금이 놀기를 좋아하면 너그러움이 많아지고, 너그러움이 많으면 무시를 당하게 되어 기강이 무너진다. 따라서 때때로 친족과 모이게 되면, 아랫사람을 예로 대하고, 조금이라도 선하면 반드시 상을 주고, 조금이라도 허물이 있으면 벌을 주도록 하여, 그 덕을 한결 같이 지닐 것이다.<원문>其一章曰, 恒德。 重配匹而敬大臣, 親賢臣而遠小人, 動靜必愼, 取與必審。 人主好戲則多寬, 多寬則取慢, 紀綱頹焉。 是故時與宗會, 接下以禮, 小善必賞, 小過必罰, 要恒其德。 두 번째는  신을 공경하여 섬기도록 하여라.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람이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신이니, 사람을 이미 학대할 수 없는데, 어찌 신을 업신여길 수 있겠는가. 사람의 일은 아래에서 위로 미치고, 신의 일은 위에서 아래로 미치는 법이니, 이것이 그 순서인 것이다. 신을 업신여기고 백성을 학대하면, 복록(福祿)이 모르는 사이에 없어질 것이다.<원문>其二曰, 敬神。 目前所見曰人, 目所不見曰神, 人旣不可虐, 神安可慢! 人者自下及上, 神者自上及下, 此其序也。 慢神虐民, 則福祿潛消。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39967693145.jpg"> 광릉(세조)의 모습. </td></tr></tbody></table> 세 번째는  간언을 받아들이도록 하여라. 무릇 임금이 재능이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하고, 덕이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 자랑을 하며, 공이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 뛰어나다고 하니, 이 세 가지 공덕과 재능이 있으면 반드시 자기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자기가 옳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충간하는 자를 거절하며, 충간하는 자을 거절하게 되면 바른 말 하는 자가 없어지니, 이로 인해 고립되고 조언하는 자가 없어져, 세상사에 어두워서 아는 바가 없어지고, 폐단을 알 길이 없어 민심이 떠나가 망국의 길을 걷게 된다.<원문>其三曰, 納諫。 夫人主有才則必自能, 有德則必自誇, 有功則必自多。 有三功能, 則必以爲莫己若。 然則必自是矣, 自是則必拒諫, 拒諫則無直言者, 由是孤立無助, 闇無所照, 無由知弊, 下多離反, 亡國之道也。 네 번째는 모함을 막도록 하여라. 임금은 백성들이 근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항상 너그러이 용서하고, 무고히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염려하고 항상 민심을 살펴야 한다. 그러면 모함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원문>其四曰, 杜讒。 人主不患無威, 故常假之恕, 無辜恐冤, 故常察下情。 是故讒訴不得行焉。 다섯 번째는 사람을 쓰는 데에 관한 것이다. 사람을 쓰는 데는 마땅히 그 마음을 취해야지 재주를 취해서는 안 된다. 만약에 힘을 취한다면 곰이나 호랑이를 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어찌 이것을 쓸 수 있겠는가. 마음을 취하는 방법은, 반드시 부자지간이나 형제지간에서 구해야 하는데, 육친에게 화목하지 못하고 임금에게 충성한 자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개 어질고 우애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아랫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아랫사람의 마음을 얻은 자는 세력이 많은 자이니, 여러 사람의 힘이 어찌 한 마리의 곰과 같을 수 있겠는가. 진서(陣書)에 이르기를  세력이 먼저 견고해지면 기력이 생긴다고 하였다.<원문>其五曰, 用人。 用人當取其心, 莫取於才。 若取力, 則無如熊虎, 焉用之? 取心之道, 求之於父子兄弟耳, 不和於親而忠於君者, 未之有也。 夫慈祥和惠之人, 必得下心, 得下心者, 多勢力者也, 衆人之力, 曾不如一熊乎? 陣書所謂 ‘勢先固而氣力成者也。’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39870892717.jpg"></td></tr></tbody></table> 여섯 번째는  사치하지 말도록 하여라. 임금이 고귀하고 나라가 부유하면, 그 풍요로움과 사치를 노려 총애를 얻으려는 자들이 설치고, 악공과 재주꾼들이 마음에 들려고 하여, 사치한 마음이 반드시 생기게 되니, 비록 사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사치를 하게 되는 법이다. 만약에 한 번 사치하기 시작하면 여섯 마리의 말이 달리는 것처럼 그 기세를 막을 수가 없어, 재물을 손상시키고 백성들을 해치는 정도가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은 띠로 지붕을 잇고 통나무 서까래로 집을 지었으며, 채소를 먹고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연회를 베풀 때에도 진수성찬을 구하지 않았으니, 너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도록 하여라.<원문>其六曰, 勿侈。 貴爲人主, 富有一國, 乘其豐泰, 寵愛日惑, 工伎逢迎, 侈心必生。 雖知侈之不可而曰 ‘作此而止也。’ 一開其端, 如騁六騏, 勢不可遏, 傷財害民, 莫此爲甚。 是故賢君聖主茅茨而采椽, 嘗菜而不飮酒, 宴樂以時, 不求珍羞, 曰 ‘爲民勤政而已。’ 일곱 번째는환관을 부리는 일에 관해서이다. 임금이 궁중 깊이 있으면서 환관이 명령을 전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또 분명한 신념이 없이 그저 말로만 듣는 것은 온갖 폐단이 생기는 원인이 되니, 반드시 바깥의 신하를 접견하여 정사를 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편지도 가하다. 그리고 명령을 전하는 자는 반드시 바꾸어 가며 맡겨야 한다.<원문>其七曰, 使宦。 人主深居, 中使傳命, 固已不可。 又無明信, 徒聽口舌, 百弊所生之幾關, 必也常引外臣聽政。 不得則手筆可也。 又傳命者, 宜迭任之。 여덟 번째는형벌을 삼가도록 하여라. 국가가 가장 신중해야 하는 일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형벌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증자는 ‘한 마리의 짐승을 죽이고 한 그루의 나무를 베는 것도 제때에 하지 않으면 효가 아니다’라고 하였으니, 짐승을 죽이는 것도 이러한데 하물며 인명을 어찌 그렇게 대하겠는가. 억울한 형벌을 가하여 진술을 받으면, 원한을 품고 죽게 된다.<원문>其八曰, 愼刑。 國家最重之事, 無過刑人。 曾子曰, ‘殺一獸、伐一木, 不以時, 非孝也。’ 殺獸猶爾, 人命奚若? 枉刑取招, 含冤就死。 아홉 번째는학문을 세우고 무예를 익히게 하여라. 술을 멀리하고 대신을 자주 접하며, 사냥을 금하지 말고 마땅히 검열을 엄하게 하며, 항상 학문을 세우고 무예를 익히며, 농업을 권하고 비용을 절약하며, 교화에 힘쓰고 법망을 완화하며, 일이 있으면 서두르지 말라.<원문>其九曰, 文武。 不嗜酒而接大臣宜數, 不荒田獵而敎閱宜急。 常興文而習武, 勸農桑而節用, 敦敎化而疎禁網, 有其事而勿欲速。 열 번째는부모의 뜻을 따르도록 하여라. 예전에 나는 세종 때에 오로지 부모의 마음을 거울로 삼고, 명령에 어긋남이 없이 행하여, 가르치는 바와 경계하는 바를 항상 취했으며, 다른 일은 모른 채 밤낮으로 분주했다. 말년에 이르러 문종과 함께 친히 유훈을 받들어, 오늘날에 이르도록 행동에 있어 유훈을 따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비록 부모의 뜻과 사업을 잘 계승하고 좇았다 하더라도 예로부터 능히 부모의 뜻을 다 성취한 자는 없었다. 하물며 어느 겨를에 자신의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옛 말에 선왕의 법을 준수하여 과오가 되는 일은 없다고 하였다.<원문> 其十曰, 善述。 昔者予在世宗時, 全以父母之心爲心, 不違命令爲行, 所訓所戒, 靡不錄之。 不識他事, 日夜奔走。 及其末年, 與文宗親受遺敎, 至今所作, 無非所受。 雖曰善繼善述, 而自古無能盡成父母事者, 而況暇立己事乎? 마침내 친서를 동부승지 이극감에게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중궁이 나와 함께 모함의 두려움을 논하다가 “세자가 반드시 이 뜻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감동하여, 세상사와 인재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고대의 현명한 임금도 훈계를 지어 자손에게 남겼으니, 내가 비록 아는 것은 없으나 아비의 도리는 있으므로, 마음속에 품은 바를 서술하여 세자에게 그 대략을 전하는 것일 뿐이다. 경은 처음부터 세자를 가르치는 직임을 받았으니, 마땅히 이 뜻을 알고 여러 사부들과 함께 훈사를 자세히 기록해 두고, 이 훈사를 먼저 가르쳐서 하루 속히 깨우치게 하여 평생 몸에 지니도록 하게 하라”고 하였다.<원문>古語曰, ‘遵先王之法而過者, 未之有也。’” 遂御書賜同副承旨李克堪曰: “今日早朝, 中宮與我論讒訴之可畏, 曰, ‘世子須知此義’, 予卽感動于懷, 以謂‘世事人才非一種。’ 故古之賢君作訓戒遺子孫, 予雖無識, 亦有父道乃述所懷, 以賜世子, 大略而已。 卿自初受任敎世子, 宜知此意, 與諸傅詳著訓辭, 姑訓此敎條, 暫冀開悟, 爲終身佩持之物。” <table width="3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35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39871735853.jpg"></td></tr></tbody></table> ｢훈사｣는 세조가 당시 아홉 살이었던 세자(예종)에게 국왕으로서 수행해야 할 덕목을 훈계한 교글로 세조의 정치사상의 핵심적인 부분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세에게 남긴 ｢훈요십조｣ 등의 예처럼, 전통시대 국왕들이 후대의 국왕에게 자신의 경험과 정치적 지향을 숙지시킴으로써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유지할 목적으로 남기는 교훈서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하지만 세조는 조카였던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고 이에 불복하여 단종의 복위를 꾀했던 유신들을 참살하거나 처벌했다. 이와 같은 집권 과정의 문제는 즉위 후의 치적 등과 맞물려 세조의 평가를 둘러싼 선악 논쟁의 중심에 있어 왔다. 그런 점 때문에 이 ｢훈사｣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다.    각 항목의 배치를 보면, 임금의 처신에 대한 항목이 서두에 있고 그 다음으로 지배층 내지 신하들을 대상으로 학문을 일으키고 무예를 익히도록 했으며, 이어서 백성들의 생활에 관계된 문제가 나열되어 있다. 이것은 결국 올바른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임금 개인의 처신부터 바르게 해야 하며, 통지란 결국 임금으로부터 여러 방면으로 발현되어 간다는 시각을 담은 것이었다.   또한 국왕이 제사를 올려 천하에 효를 가르치고 백성을 학대하지 말 것, 환관을 환대하면 천하가 위태로워지니 현명한 인재를 등용할 것, 법을 관대히 운영하여 백성들이 죄를 짓는 일이 적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백성과 신하의 마음을 얻어 국왕의 권력 기반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당시 권력 창출의 정당성을 호소하려 했던 세조의 정치 지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 훈계에서 자신이 세종을 계승하였음을 강조하고 후대의 왕이 자신을 계승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문에서 자신은 비록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임금이 되었으나, 세자는 그 덕택에 순조로운 제왕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했다. 이 표현은 세조가 훗날 임금이 될 세자에게 왕이 되면 선왕의 정책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이념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은 세조가 자신의 처지에서는 정난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기에 세자는 단종 대의  충신들을 용서하고 사면해 주라고 명령한 것으로 해석했다. <table width="3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35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339971029950.jpg"></td></tr></tbody></table> 세조 대의 정치는 하의상통보다는 상명하달에 치중했기 때문에 정국 전체의 경색을 초래, 사회 도처에 특권 횡행의 비리적 현상이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세조의 무단강권 정치는 왕권 강화 면에서는 일단 긍정할 수 있지만, 정치 발전 면에서는 세종,성종의 문치 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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