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도 못 서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만나고 받은 충격'

'5분도 못 서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만나고 받은 충격' <군산 산돌학교 홍진웅 교장 인터뷰>: 2014.11.25 10:03 입력

비영리단체 군산산돌학교(교장 홍진웅)은 발달장애로 사회로부터 소외돼 어렵게 살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사회성 교육을 위해 2007년 설립된 전북 유일의 발달장애 대안학교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곳이다. 하지만, 앞선 철학을 담아 장애인을 교육시키는 곳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산돌학교는 장애인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오히려 장애인을 격리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냥 평범하게. 일반인과 하나가 돼서 함께 버스타고 장보고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는 것. 산돌학교가 그리는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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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168761165511.jpg"> 
<div class="caption_A" id="news_caption">▲산돌학교에서는 상처받는 학생들이 없다.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div></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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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width="3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168770873747.jpg"> 
<div class="caption_A" id="news_caption">▲산돌학교의 홍진웅 교장.</div></td></tr></tbody></table>
 
 
 
“정미가 오늘 현장 학습 못 오거든요. 어제 정미가 다쳤어요. 그래서 깁스 한 거 보셨죠? 점심 먹고 3층 올라가서 복도에서 뛰었어요. 뛰어가다 넘어져서 팔이 다쳤어요.”
“정미 같은 경우는 팔이 아파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말이 나한테 관심가져 주세요라는 표현이거든요. 그러니까 오늘 현장학습 가면 선생님들이 그런 마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산돌학교의 아침 조회시간. 선생님들이 둥그렇게 서서 오늘 현장 학습 시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들을 논의한다. 짧은 조회를 마친 후 홍진웅 교장은 ‘오늘도 수고하세요’라고 웃으며 선생님들에게 인사한다. 
 
군산 산돌학교의 홍 교장은 장애인 시설이 사람들 눈에서 멀어지면 정부정책도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도시도 장애인 시설 때문에 더 발전한다는 것.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감싸고 사회와 격리시키면 인간다운 삶에서 더욱 멀어진다. 때문에 장애인과 사회와 부딪히게 하고 어울리게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산돌학교를 세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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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width="4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168766833471.jpg"> 
<div class="caption_A" id="news_caption">▲장보기 현장 교육을 하고 있는 학생들. 자립을 위해 아주 중요한 교육이다. 장애인이라서 고 해서 특별히 보호하는 것은 격리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 산돌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다. </div></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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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allcsn.co.kr/PEG/14168771449996.jpg"> 
<div class="caption_A" id="news_caption">▲군산에 위치해 있는 산돌학교 전경. 산돌학교의 홍진웅 교장은 "복지 시설은 반드시 도시 내부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도 일반인과 어울릴 수 있고, 일반인도 사회적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div></td></tr></tbody></table>
 
 
 
 
“모금으로 십시일반 건축했어요. 
한다고 해놓고 어려우니 못하겠다고 
중간에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무조건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건축업자분들도 돈을 못 받을 각오를 하고 
지어준 것입니다."
 
 
 
사회운동가도 몰랐던 발달장애
 
장애인들의 독립성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홍진웅 교장은 원래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지인과 함께 뜻을 모아 사랑의 아동복지 센터라는 것을 세워서 운영했다. 그는 처음에 발달장애가 무엇인지 몰랐다고 한다. 사회운동을 했던 홍 교장도 잘 몰랐을 정도로 발달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생소했다. 처음에 발달 장애 아동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그는 이렇게 기억한다. 

“지역아동센터에 발달장애 아이가 있었는데, 인지수준이 자기 이름 석 자밖에 모른는 겁니다. 이 상태로 중학교에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요. 학습능력이 없으니까요. 그때 그 발달장애아동을 모면서 저대로 사회에 나가면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사람인데 사람으로 인정을 못 받는 발달장애아동들…….충격을 받았고 매우 슬펐어요. ”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그 당시 발달장애아동이 갈 학교가 없었다. 그는 발달장애 아이 수준에 맞는 것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혼자 구상했는데 곧 실천에 옮기려고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선후배들을 만나러 다녔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장선생님들을 만났어요. 내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자신들도 내 얘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다고 하더군요. 그 분들도 발달장애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뜻이 맞음을 확인하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홍 교장은 재정적인 여건이 어려우니 처음에는 학생 한 명 두고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물어 물어 찾아온 학생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그만큼 발달장애아동들이 갈 데가 없었다.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소한 홍 교장의 센터를 찾은 것이다. 
 
그래서 15명이 모였다. 돈은 없었다.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만원씩 내서 18만원이 모였다. 이것을 씨앗자금으로 삼아 2007년 3월에 문을 열었다. 집세나 임대료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는데, 다행이 뜻있는 어느 기업에서 알고 무이자로 보증금을 빌려줬다. 이 돈은 6년 만에 모두 갚았다. 
 
 
웃는 일 밖에 못하는 발달장애 친구들
 
발달장애아이들은 장애아이들 중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장애아이들보다고 사회 자립도가 가장 낮다. 일반 장애인의 경우 적으나마 취업이 된다. 하지만 발달장애아이들은 워낙 관리하는 것이 힘들어 기업에서도 채용을 기피한다.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를 접할 때마다 홍 교장의 심정은 답답할 뿐이다. 
“발달장애는 일반 장애인보다 할 수 있는 수준이 다릅니다. 이걸 인정해야 하는데 기업체에서는 일반 장애인들과 동일한 노동 능력을 요구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이 설사 취업을 해도 회사의 요구에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그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노동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달장애 아이들 수준에 맞는 일,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소득이 있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산돌학교는 바로 그것을 찾아보기 위해 지속적인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다. 
“마침 우리 학교 위치가 관광 명소가 되고 있어요. 뒤에 군산의 명산이 있고 문화유산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근대문화역사 관광 붐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산돌학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문화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관광 상품과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들이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산돌학교는 우선 관광객을 위한 액세서리 가게를 세워보고자 한다. 거기서 아이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은 일반 사람들처럼 오랜 시간 일을 못한다. 10분 일하고 쉬어야 한다. 아이들은 5분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한다. 산돌학교에서는 그 훈련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지금은 20분 이상 앉아 있기도 해서 산돌학교의 장래 계획에 자신감과 희망을 주고 있다. 작지만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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